지배주주 비중 과도·주식담보대출도 문제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3조8천억 달러 규모의 홍콩 주식시장이 예고 없는 주가 폭락에 시달리며 주요증시라는 점이 무색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7일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자위안 인터내셔널(佳源國濟)의 주가는 하루 만에 80.6%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33억5천만 달러가 증발했다.

같은 날 다른 소형주들도 별다른 이슈 없이 동반 하락했다.

작년 11월에도 홍콩증시에서는 4개의 소형주가 42%~78%가량 폭락한 적이 있으며, 대표적으로 2015년 태양광업체 한능박막발전(하너지·0566)의 주가가 하루 사이 47% 폭락해 186억 달러가 증발한 사례도 있다.

홍콩의 주식시장 변동성이 유독 큰 데는 상장사 간의 불투명한 관계, 유통주의 부족, 활발한 개인투자자, 과도한 주식 담보 대출 등이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자주 지목되고 있다.

홈콩의 행동주의 투자자인 데이비드 웹은 "주식을 담보로 대주주가 돈을 빌리고, 이들이 상환 압박에 내몰리면 사람들은 시장에서 주식을 내던진다"고 꼬집었다.

2017년 공시 자료에 따르면 자위안의 대주주는 회사 주식의 4분의 1을 중국건설은행 계열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데 담보로 활용했다.

GEO 증권의 프란시스 룬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많은 민간 기업, 특히 부동산 업체들의 레버리지가 과도하다며 이것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의 경우에는 지배주주의 레버리지가 상당해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런던경영대학원 소속 연구원들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은 지배주주의 비중이 전체 주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비율은 영국과 미국은 각각 16%, 22%이다.

이는 홍콩 상장사들이 대출 담보로 활용될 위험이 더 크고, 유통주도 제한돼 시장의 유동성이 낮고,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더 크다는 얘기다.

행동주의 투자자 웹은 지분과 차입으로 얽힌 홍콩 상장사들의 주식을 매도하라고 경고한 바 있으며 당국에 주주들의 주식 담보 대출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들은 상장사의 주식 5% 이상을 담보로 대출을 내줘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 자위안의 경우 대출이 은행 자체가 아닌 은행의 계열사를 통해 이뤄져 공시된 경우다.

자위안의 주가 하락은 16일로 예정된 달러채 상환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는 장 마감 후 채권자들에게 자금을 모두 상환했다고 발표했다.

회사의 주가는 이후 70% 이상 반등했으나 여전히 16일 종가대비 63% 하락한 상태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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