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일본은행(BOJ)이 올해도 약 80조엔 규모로 자산매입에 나서겠다고 공표했지만, 현재 속도로 봤을 땐 많아봤자 20조엔에 그칠 것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2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매년 80조엔 규모의 일본 국채 매입 계획을 발표해왔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올해 첫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도 일본은행은 같은 내용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문은 일본은행이 현재 기조로 일본 국채를 사들인다면 올해 매입하는 일본 국채는 총 20조엔 규모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는 지난해의 38조엔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당초 계획량을 공공연히 어겼음에도 시장이 당황하지 않았던 것은 급진적인 통화완화 실험의 효과가 덜 먹혀들고 있다는 의미"라면서도 "일본은행이 기존의 표현을 유지하는 것은 실제보다 인식이 시장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일본은행 정책위원들은 해외 투자자가 오해할 수도 있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보단 약 80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 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신호를 잘못 보내면 일부 해외 투자자는 일본은행이 자국 경제를 부양하는 데 흥미가 없다고 오해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한다.

일본은행에 정통한 소식통은 "80조엔이라는 문구는 통화완화의 상징과도 같다"고 신문에 말했다.

반면 기우치 다카히데 전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오랫동안 채권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해왔던 매파로서 "80조엔 문구는 시장과 소통하는 데 문제가 많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행이 매년 80조엔어치 국채를 매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동안 뒤로는 국채매입량을 줄이는 것은 이중잣대"라며 "통화정책의 신뢰도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두 명의 일본은행 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80조엔 국채 매입 계획은 효과를 봤다. 하지만 일본은 이미 국채를 상당한 규모로 쌓아둔 만큼 장기금리를 낮게 유지하고자 매년 이처럼 대규모로 국채를 사들일 필요는 없다고 이들은 분석했다.

기우치 전 위원은 "일본은행은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꾸준히 국채매입량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공공부채 규모는 이미 1천조엔을 넘어섰지만, 일본은행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시중에 유통되는 양은 그렇게 많지 않다.

시장 참가자들은 일본은행이 국채를 '포식'하면서 채권시장의 움직임이 작아진 만큼 국채매입량을 줄여나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다이와증권의 오노기 게이코 전략가는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이 채권시장의 유동성을 악화한 점을 고려하면 채권 매입량을 줄이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노기 전략가는 일본 정부가 국채 발행량을 줄이는 동시에 일본은행이 국채매입량을 감축하면 올해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액은 2020년 3월까지 1년간 18조엔에 머무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당초 계획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일본 정부는 내년 3월까지 1년간 국채 발행량을 전년 대비 5조엔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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