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청와대가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집값이 여전히 높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매수심리는 더 위축될 여지가 커졌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급등한 서울 집값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나, 자칫 서울 집값을 잡으려다 지방의 위축 현상만 심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집값(종합주택 유형 기준)은 2.9% 상승했다. 상반기에는 3.2% 올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9·13 대책을 발표한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10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지만, 이전 상승분을 반납하려면 많은 기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동성을 의식해 집값이 아직 서민에게는 비싸다고 청와대는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 취임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사실상 서울과 일부 수도권·지방 대도시의 집값이 두 자릿수 하락률은 보여야 한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방 집값은 지난해 이미 하락했고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도 서울과의 집값 격차가 벌어졌다.

문제는 부동산 규제가 이어질수록 지방 부동산 경기가 더욱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다주택자를 옥죄고 보유세를 올리자 '똘똘한 한 채' 열풍이 불면서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했다.

지난 2016년 말에 서울 평균 집값은 지방의 2.79배였다. 지금은 3.14배 정도다.

과거 서울과 지방의 집값 격차가 좁혀졌던 때를 보면 적절한 지역별 맞춤형 정책과 규제 완화가 있었다.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지금과 반대 방향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 된 적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가 대표적이다.





이 기간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에 대한 구매력이 약해졌는데 서울과 경기도에는 주택공급이 추가됐다. 지방은 반대로 새 주택이 부족하다는 인식에 소형아파트나 오피스텔 등의 청약열기가 달아올랐다. 평창과 혁신도시, 세종시 등 국지적인 개발 호재까지 상승세에 한몫했다. 전·월세 시장의 불안을 줄이면서 취득세를 감면하는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방안 등도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부터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와 도시재생 활성화 등으로 부동산 정책에 새로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방 부동산의 침체를 막으려면 산업을 동반하고 거래도 늘리는 당근도 나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부장은 "지방 부동산시장을 부양하려면 맞춤형 부양책이 필요한데 양도세 감면 등과 같은 부동산 정책 혜택과 함께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보유세를 높이는 만큼 매물이 잠길 수 있다"며 "거래시장의 정상유통을 위해서 거래세 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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