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연이어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포기하면서 은행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내 최대 2곳의 신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내줄 방침이던 금융당국도 이제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3일 오후 금감원 본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심사 설명회를 연다.

그간 설명회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특히 누가 설명회에 참석하느냐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했다. 설명회 참석 여부에 따라 최소한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1일 네이버가 인터넷전문은행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분위기가 급속히 냉랭해졌다.

그간 네이버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을 함께하자는 시중은행의 러브콜을 가장 많이 받아온 ICT 기업이었다.

네이버는 국내에 아닌 해외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선 차별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기 어렵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었다.

과거 1차 인터넷은행 후보선정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인터파크와 페이코라는 간편결제 사업을 진행 중인 NHN엔터테인먼트가 인터넷전문은행 불참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은행들은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네이버의 공식 불참 선언은 여파가 컸다.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 시중 은행들은 일단 이날 설명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대해선 더더욱 심사숙고하게 됐다.

한 시중은행 고위 임원은 "네이버의 불참 선언은 설명회에 찬물을 뿌린 격"이라며 "다른 잠재 후보군이 발을 빼는 것과 네이버는 급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는 게 은행권 분위기였다"며 "ICT 기업이 너도나도 발을 빼는 상황에 대해 금융당국은 물론 정부가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를 앞세운 금융혁신의 대표주자로 언급돼왔다.

여당 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을 완화하는 은산분리 법안이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 혁신의 첫 대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손꼽으며 힘을 싣자, 은행들은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신규 비즈니스로 해석했다.

일각에서 제3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임원은 "결국 정부가 있었기에 여기까지 온 정책인데, 네이버마저 발 뺀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정부뿐"이라며 "ICT 기업을 끌어들일 만 한 유인책 등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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