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전 세계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이에 맞설 각국 중앙은행의 탄약, 즉 수단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2019년은 전 세계가 경기둔화라는 이슈로 "동조화되고 있다"며 미국의 성장률이 2%대로 낮아지고, 중국 역시 관세 여파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장 둔화 우려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재차 하향하고, 중국의 작년 성장률이 2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는 소식 이후 더욱 증폭되는 모습이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작년 팽배했던 낙관론이 더 광범위한 비관론에 자리를 내줬다"라며 "이는 특히 두 주요 경제국, 미국과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작년 GDP 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28년 만에 최저로 집계되며 중국의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작년 4분기 GDP 성장률도 6.4%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성장 둔화를 "중대한 위험"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IMF는 중국 성장률이 발표된 이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직전 예상치보다 0.2%포인트 낮춰 3.5%로 제시했다.

IMF가 성장률을 다시 낮춘 것은 3개월만으로 그만큼 빠르게 세계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경기침체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각 중앙은행의 경기 부양 수단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주요 경제계 리더들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이에 대처할 수단이 많지 않다고 우려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 창립자는 포럼에서 "장기적으로 나를 두렵게 만드는 것은 가장 중요한 수단인 통화 정책이 제한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고, 비전통적 수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경기를 부양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이 지난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만이 긴축에 나섰을 뿐 대다수 중앙은행은 여전히 제로 수준의 낮은 금리를 채택하고 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그룹인 UBS의 악셀 베버 회장은 그나마 "전략을 세울 여지가 있는 유일한 곳이 연준이다"라고 말했다.

베버 회장은 "통화 정책 정상화는 이번 (경기) 주기의 문제가 아니며, 다음 주기를 위한 것이다"라며 "경제가 둔화하고 있어 이번에는 (통화 정책 정상화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은 작년에만 기준금리를 네 차례 올려 현재 기준금리는 2.25~2.5% 수준이다. 이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는 여전히 크게 낮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주요 대출 금리는 0%이며 예금금리는 마이너스 0.4%이다. 일본은행(BOJ)의 정책금리는 마이너스 0.1%이다.

베버 회장은 "각 중앙은행이 정책을 동결할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다만 위험이라면 ECB가 올해 금리를 올리지 못하면 결코 마이너스 영역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경기둔화 속도가 가속화되면 중앙은행에 대한 정치적 간섭도 강화될 전망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쉬어링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가 앞으로 몇 분기 동안 둔화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중앙은행들이 포퓰리즘적 리더들의 공격을 계속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쉬어링은 각 중앙은행이 정치권으로부터 경기 부양 압박을 받을 경우 이는 또 다른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규제 개혁을 철회하거나 혹은 신용을 더욱 느슨하게 한다면 이는 의도치 않게 다음 위기의 씨앗을 심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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