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이달 30일부터 열리는 미국과 중국 간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예정됐던 사전 접촉 회동이 취소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무역협상에 먹구름이 끼는 게 아니냐는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방송 CNBC는 미국이 이번 주 예정했던 중국과의 회동 계획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이 회동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 관리들이 중국의 차관급 관리 2명과 무역협상과 관련한 사전 협상을 하는 '기획 미팅'(planning meeting)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회동이었으나, 지식재산권 규정의 이행 및 집행에 관련된 이견으로 미국이 만남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관련) 팀들이 이달 말 류허(劉鶴) 부총리와의 고위급회담 준비를 위해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다음 주 류 부총리의 방미 외에는 예정된 다른 회동이 없었다고 부인하면서도, 다음 주에 열리는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매우,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위급 무역협상의 성사 여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조차 낙관과 비관론으로 엇갈린 상태다.

조셉 룹턴 JP모건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협상이 전체적으로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기 싸움이 많이 일어나고 있으나 사실은 양측(미·중)이 모두 일종의 '딜'(deal)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CNBC에 전했다.

금융 칼럼니스트 닐 킴벌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에서 현재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 타이밍이 맞아 보인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무역 전쟁을 장기화해 자국민들에게 관세 부담을 가중하는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할 것이고, 경기 둔화 방어에 총력을 다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무역 전쟁 종식을 통해 관세 부담을 없애는 것이 상호 이득에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매개로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영향력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스콧 린치콤 무역 변호사는 "(관세가) 미국 산업, 소비자, 수출업체에 미치는 손해는 실질적인 것이고 지속하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길어질수록 관세 이슈가 주식시장 등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줄어들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전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상당한 수준의 양보를 하지 않는 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데렉 시저스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주장하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이 중단되기 전까지 무역 전쟁 종식에 합의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시저스 연구원은 "그는(트럼프는) 그가 가진 것을 자랑하고 싶어한다. 관세를 중단하고 아무것에 대해서도 자랑하지 못하는 것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고 NYT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진짜 합의'(Real Deal)이어야 한다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진짜 합의'는 양국이 단순히 표면상의 합의를 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으로 불공정 무역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자문이기도 한 마이클 필스버리 미국 허드슨연구소 중국전략연구센터 소장은 무역협상에 관련된 몇 개의 중요한 불확실성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종합적 협상 타결'이 단기간에 일어나기는 어렵다는 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필스버리 소장은 현재 양국이 작업하고 있는 실무 협상안이 명확하지 않고, 중국이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부회장의 범죄인인도 등에 관련해 어떤 태도를 나타낼지도 하나의 불확실성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거래 (성사)까지는 긴 길이 남아 있다"면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에 대한 압박과 중국 내부적 논쟁을 고려했을 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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