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서울 집값이 최근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강남, 잠실 등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그동안 많이 오른 서울중심지 지역도 실거래가 기준으로 하락세가 확인되고 있다. 특히 전셋값이 빠지는 것을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다.

전세는 집값 동향의 선행지표로 작용하는데 2~3년 전 분양한 아파트 입주와 맞물려 전셋값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송파구의 헬리오시티는 물론 입주를 앞둔 강동구 고덕지구 등의 물량 부담 여파로 서울 동남권 전세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매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집값의 하락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출 규제를 통해 투기적 수요를 차단한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봤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래 각종 수요억제 대책이 나왔는데, 다주택 보유자들의 대출 자체를 원천봉쇄함에 따라 투기 수요가 발 붙지 못하게 함으로써 집값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도 중요 지역에 입주 물량이 대거 풀리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역전돼 집값 하락에 속도가 붙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집값 수준은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높은 수준이다. 빚을 내서 집을 사려 마음먹더라도 엄두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기자들을 모아놓고 현재의 집값이 정부의 목표 수준은 아님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김수현 실장의 발언을 놓고 현 정부 출범 당시 수준의 집값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억제 의지를 내비쳤음에도 시장의 시각은 다른 것 같다. 입주 물량이 소화되면 다시 반등할 수 있는 힘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입주 시기에 잠깐 흔들리는 것일 뿐 이 시기가 지나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의 공급규제 정책으로 인해 2022년 이후엔 서울에 물량이 부족해지기 때문에 결국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과 정부의 시각이 서로 엇갈린 가운데 부동산 시장은 현재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앞으로 무엇이 중요할까. 키포인트는 유동성 관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집값 잡기의 1등 공신이 된 대출 규제를 계속 유지할 것인지가 관건일 것이다. 시장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대출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총선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은근슬쩍 대출 강도를 낮추지 않겠냐는 것이다. 김 실장의 발언만 보면 정부의 입장은 어떤 상황이 와도 전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대로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면 꺼질듯했던 불씨는 다시 살아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신도시 토지보상금 문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남양주와 인천 계양, 하남 교산, 과천 등에 3기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늦어도 2020년부터는 이곳을 중심으로 막대한 규모의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풀린 토지보상금은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에 다시 유입될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이는 집값 상승에 다시 시동을 걸 수도 있는 변수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다. 2004~2006년 사이 판교신도시와 광교신도시의 토지보상금이 풀리며 부동산시장의 불씨가 살아났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종부세 등 세제관리의 실패가 아니라 유동성 관리의 실패였다는 지적이 많다.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정부가 공언한 대로 정권 출범 당시의 집값까지 내려가길 원한다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드는 유동성을 철저히 통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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