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올 상반기 도입하기로 했던 스페셜리스트(전문검사역) 제도를 내년으로 잠정 연기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24일 기자와 만나 "당초 올해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도입하려 했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급한 감이 있다"면서 "내년부터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페셜리스트는 은행·증권·보험 등 특정 분야에 전문성을 지닌 검사역을 양성하는 제도다. 2~3년 주기로 담당 분야를 바꾸는 순환 보직 제도를 벗어나 특정 분야에 특화된 전문검사역으로 활동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다.

일반적인 승진 체계를 포기하고 새로운 직군으로 편입되는 만큼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상위직급 쏠림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져 왔다.

그동안 윤 원장은 올 상반기 중으로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혀왔다. 지난달 말 종로구 통의동 금감원 연수원에서 열린 확대 연석회의에서도 "인사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페셜리스트 도입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지난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스페셜리스트 제도 도입을 잠정 보류한 것은 예산과 권한 부여 문제 등 핵심 쟁점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4급 이상 직원들이 스페셜리스트에 지원하려면 사실상 승진을 포기해야 하는 만큼 그에 준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스페셜리스트가 되면 팀장이나 국·실장으로의 승진을 포기해야 한다"며 "그 대신 매달 30~50만 원에 달하는 수당을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 정도 수당으로 직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금감원 올해 예산을 깎으면서 스페셜리스트에게 제공하는 인센티브 마련도 부담스럽게 됐다. 삭감된 예산에서 새로운 지출 항목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스페셜리스트들에게 권한을 어디까지 줘야 할지도 문제다.

스페셜리스트가 전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선 부서장에 준하는 권한을 줘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해야 하는데, 팀원 급에 이러한 권한을 부여할 수 있을지를 두고 내부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직원들과의 역차별을 불러오는 등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윤 원장이 3급 이상 상위직 축소를 위해 내놓은 방안들이 내부 이견으로 잇따라 좌절되면서 공공기관 지정 압박은 더욱 커지게 됐다.

금감원은 지난해 4급 직급을 선임조사역과 수석조사역으로 세분화해 3급 수석을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저연차 직원들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전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금감원의 3급 이상 비율을 35%까지는 맞춰야 (공공기관 미지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감원은 내년 스페셜리스트 도입 등을 포함한 대안을 마련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에 전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다음 달 정기 인사 이후에도 원내 직원들과 스페셜리스트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직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직원들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