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정원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로존 경제 리스크를 언급하고 나설지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23일 마켓워치는 ECB가 오는 24일로 예정된 올해 첫 통화정책회의에서 새로운 것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드라기 총재의 말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ECB는 올해 여름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한 데다, 지난 12월에는 자산매입 프로그램도 종료해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는 어렵다.

통화정책회의 이후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이 사실상 메인이벤트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유로존 경제전망에 대한 ECB의 리스크 평가를 언급하는 오프닝 부분을 주목할 전망이다.

지난 12월 드라기 총재는 경제가 둔화할 리스크가 있지만 아직은 전반적으로 균형 잡힌 모습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문제는 이 발언 이후 계속 실망스러운 경제지표가 나왔다는 점이다.

독일의 지난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2% 감소해 2015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유로존 3분기 GDP도 전 분기 대비 0.2%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2014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4일에는 드라기 총재가 드디어 유로존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말을 입으로 내뱉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와인버그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실제로 유로존 경제 둔화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낼 경우 유로존 채권시장의 일드커브 기울기는 더 평탄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ECB의 향후 첫 금리 인상 시기를 2020년 정도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경기둔화에 대해 말을 꺼내지 않더라도 시장 참가자들은 이미 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이 크게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도 12월 중순부터 ECB 경제지표가 좋지 않았던 만큼 드라기 총재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몇몇 지표가 현재 경기사이클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고 있지만, 주요 국가의 재정 완화정책, 탄탄한 고용시장, 유가 중심의 디스인플레이션 등이 지지해주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식으로 드라기 총재가 언급하면서 다음번 통화정책회의인 3월까지 시간을 벌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올리버 라카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경제전망에 대해 좋지 않게 언급할수록 결국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차입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내놓기 위한 기초단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적인 액션은 다음번 통화정책회의인 3월이 돼야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드라기 총재가 경기둔화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BNP파리바는 지난 12월에 자산매입이 종료된 상황에서 다시 드라기 총재가 경기둔화를 언급해버리면 통화정책 정상화에서 이탈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NP파리바는 "성장률이나 인플레이션 전망 약화가 더 오래 하방압력을 받을 것 같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가 둔화할 것이라고 말하려면 그 리스크를 어떻게 줄일지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하는데, ECB는 현재 그럴 상황이 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jw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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