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도 기존대로 '안정적'으로 확인했다.

24일 피치는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장기 외화표시 발행자등급(IDR)을 'AA-'로 확인한다고 밝혔다. 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피치는 "북한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지정학적 위험이 계속되고 빠른 고령화와 낮은 생산성 등의 장기적 걸림돌이 있다"면서도 "대외 부채가 견고하고 거시경제 지표가 다른 나라보다 튼튼한 점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17년의 3.1%에서 지난해 2.7%로 둔화했지만 한국의 거시경제적 성과는 많은 국가와 비교해 여전히 탄탄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피치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2.5%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피치는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도입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공공 투자를 이어가지만, 개인 투자와 수출 성장세가 약해지는 흐름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판단했다.

피치는 또 지난해 두 차례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면서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미숙련 직업도 활발히 생겨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봤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조선 등 일부 업종의 구조조정도 경제 성장을 발목 잡는 요인으로 꼽혔다.

피치는 "경제 성장 전망을 둘러싼 리스크는 상당하다"며 "글로벌 무역 전쟁의 충격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피치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으로 직접 피해는 덜 보겠지만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로 개방형인 한국 경제는 간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남북 관계에 대해선 북한이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갈등이 완화했지만, 지정학적 위험은 여전히 한국 신용등급을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비핵화를 향한 협의는 여전히 불충분하다"며 "외교적 협상도 결렬되기 쉽다"고 밝혔다.

피치는 한국의 부채 문제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의 가계 부채가 계속 늘면서 중기적으로 가계 소비 성향이 약해지고 한국 경제가 충격에 더 취약해지게 할 것으로 예상됐다.

피치는 "경기 둔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지고 있지만 한국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3%로 낮아졌다. 11월엔 2.0%였다.

한국 정부의 부채에 대해선 GDP의 38.6%로 'AA' 등급 구간의 중간값인 39.4%에 비슷한 수준이라면서도 향후 몇 년간 재정 완화 정책 때문에 2022년에는 43.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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