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전망 어두워…수출기업에 2조 늘어난 62조 여신 지원"

"조선업 아직 안심 일러…긴장의 끈 놓지 않을 것"

"업황 악화로 일시적 어려움 겪는 기업엔 우산 함께 쓸 것"



(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정지서 기자 =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지난해 순이익이 5천억 원 내외에 이를 것이라며 "재도약할 수 있는 기초체력을 튼튼히 다졌다"고 자평했다.

은 행장은 24일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지난해는 수은에 중요한 전환점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은은 조선업 부실로 2016년 설립 이해 처음으로 1조5천억 원대의 적자를 봤지만, 강도 높은 자구책을 통해 2017년 흑자로 돌아서 1천700억 원대의 순익을 냈다.

은 행장은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 슬림화를 끝으로 2016년 수립한 수은 혁신안의 이행과제를 완료했다"고도 했다.

그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3%대로 상승했고,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대로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경영지표가 회복됐다"고 평가했다.

올해 경제 상황과 관련해선,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 전망이 어둡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며 "미중 무역갈등에 따른 불확실성과 함께 주요국 경제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등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출기업들에 금융을 제공하는 수은의 역할이 올 한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하고, "지난해보다 2조 원 증가한 62조 원의 여신을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꼭 필요한 부문에 금융을 지원하겠다"면서 "이젠 정말 '금융이 없어서 수주를 못 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선 기자재 업체와 자동차 부품업체 등 업황 악화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선 '우산을 함께 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더라도 일시에 여신을 회수하는 조치는 자제하고 있다"며 "여신 한도를 줄이는 부분은 시간을 두고 신용등급 변화에 관계 없이 하고자 올해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은이 제때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해 주지 않아 조선사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은 행장은 "과거 대우조선 사례의 교훈은 저가수주를 바탕으로 RG를 발급한데 따른 대규모 적자가 결국 국민의 부담이 됐다는 점"이라며 "지나친 저가수주를 지양한다는 RG 발급의 원칙은 지키되, 중소 조선사가 회생 가능한 수주를 했다면 최대한 발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은 행장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문을 해외 인프라 신시장 개척을 위한 금융 지원으로 꼽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플랜트ㆍ건설ㆍ스마트시티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동참해 수출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프로그램에 포함된 1조 원 규모의 '수은 특별계정'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 및 해외 진출을 뒷받침해 수주 경쟁력이 확실히 업그레이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해선 "비 올 때 우산을 같이 쓴다"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선업과 관련해선,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며 "구조조정 중인 조선사들이 주인을 찾고 경영정상화를 이룰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남북경협에 대해선 "남북관계는 예측하기가 참 어렵다"면서도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남북협력기금이 남북관계의 중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은 행장은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을 위한 자금 지원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수은은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8천억원 규모의 엔화 대출을 해 준 바 있다.

은 행장은 "26개 통화를 거래하고 있으니 나라별로 수요에 따라 채권을 발행해 필요한 통화에 맞는 금융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기업의 M&A를 지원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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