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작년 7월 J&W파트너스로 매각된 SK증권이 오히려 SK그룹과의 협력관계를 활용해 부채자본시장(DCM)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둘 사이의 지분관계가 해소된 만큼 '빅 이슈어'인 SK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 주관사를 맡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족쇄가 풀리면서 향후 주관사로서의 입지 또한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1천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결정한 SK케미칼은 실무를 담당할 대표 주관사에 SK증권과 KB증권을 공동 선정했다.

SK증권이 SK그룹 계열사 회사채의 주관사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계열사 등 발행사의 이해관계자가 주식·채권의 인수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금융당국이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표면적으로 SK그룹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점이 향후 SK증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DCM업계 관계자는 "SK증권 기업금융부 내에는 여전히 SK그룹 전담 조직이 있을 정도로 관계가 돈독하다"며 주관사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물량을 받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SK그룹 계열로부터 받아가는 회사채 인수 물량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SK㈜와 SKC 등이 내달 만기도래하는 회사채에 대해 차환에 나설 경우, SK증권이 다시 주관사를 맡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많다.

SK㈜는 내달 12일 1천500억원, SKC와 SK실트론은 내달 22일 각각 800억원, 6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SK그룹은 2010년 이후 줄곧 최대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왔다.

지난 2010년 3조6천889억원의 공모 회사채를 찍으며 1위에 올랐던 SK그룹은 2011년 4조5천307억원, 2012년 5조3천100억원 등으로 꾸준히 발행 규모를 확대했다.

이후 꾸준히 4조 안팎의 자금조달을 추진하며 1위를 유지하더니, 지난해에는 7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찍으며 2위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이는 당시 2위였던 LG그룹(발행규모 2조9천100억원)과 비교해도 두 배가 넘는 압도적인 수치다. SK그룹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발행량의 22%에 달했을 정도다.

증권사 관계자는 "SK그룹은 주력인 통신, 정유·화학, 반도체 등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대부분의 계열사가 최고 수준인 AA급의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어 기관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며 "SK증권 또한 이러한 상황을 활용해 주관사로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SK증권의 '주관사 복귀'가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DCM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SK증권은 이미 SK 계열 회사채 발행에 인수단으로 참여하면서 주관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물량을 받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대표 주관을 담당하는 경우가 늘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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