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이효지 기자 =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예년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소득이 없는 은퇴자의 자산매각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24일 발표한 전국 표준 단독주택 공시가격(올해 1월 1일 기준) 상승률은 전년보다 3.62%포인트 높아진 9.13%였다.

그만큼 세금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소득이 없는 고령자나 은퇴자의 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일정한 근로소득이 없는 은퇴자나 고령자 중 고가 단독주택 보유자들은 매각이냐 보유냐를 놓고 고민이 많아질 것"이라며 "실제로 세금고지서가 나오면 세 부담 체감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도 "소득 없는 고령층의 보유 부담이 늘어 주택 매각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며 "주택연금의 경우 가입시 주택가격이 묶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세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면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반드시 늘어난다고도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필요시 공시가격 급등으로 재산세를 부담하기 어려운 1주택 장기보유 고령자에 대한 세 부담 상한률 특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세를 반영해 공시가격이 올라가면서 부동산시장에는 하방요인이 될 전망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주택 대량입주와 대출규제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전반적인 부동산시장의 거래 감소추세가 조금 더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박원갑 위원은 "베이비부머 등 은퇴 수단으로 다가구주택이나 다중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층의 고민이 커질 것이다. 세 부담은 느는데 공급 과잉, 임대료 하락으로 임대 소득을 올리기에 메리트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가 등 다른 수익형 부동산으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변경하려는 수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이미 대출규제의 타격을 받는 고가주택시장의 매수세 차단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며 "현금 보유력이 떨어지는 집주인들의 매물이 늘어나며 집값 하방 압력을 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시가격이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르면서 산정 방법, 속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함영진 랩장은 "공시가격을 형평에 맞춰 조정하는 데는 동의하나 단독주택은 실거래 사례가 적어 기민한 시세파악이 쉽지 않고 개별성이 크다"며 "과세주체가 감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서 단계적, 점진적 가격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법령을 개정해야 하는 세율 변경과 달리 과표는 정부가 쉽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정부의 의도적인 정책방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공시가격 산정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15억원 이하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국 평균 상승률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이들 주택에 대한 공시가격도 더욱 큰 폭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hj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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