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이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에 대해 국가 안보 및 보안을 꾸준히 문제 삼는 이유는 뭘까.

최근 미국은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범죄인인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히고, 화웨이 장비에는 중국 정부가 개입된 국가 안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화웨이에 대한 극도의 경계감을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세계의 통신장비업체 중 유독 화웨이만을 문제 삼는 이유는 중국 기업으로서 화웨이가 가진 특성 때문이라고 미국의 전·현직 안보 관계자들을 인용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이 인용한 전·현직 미 안보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 측은 화웨이의 기업구조, 정부와의 관계, 통신 하드웨어를 공급하는 핵심 공급업체라는 화웨이의 시장 지위 자체가 화웨이를 잠재적인 스파이 대리 행위 도구로 만든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기업으로, 중국 정부와 공산당에 지시 및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다. 또, 화웨이가 5G 기술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화웨이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감시 및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미국 국토안보부(DHS)의 한 사이버보안 관료는 "이 문제는 화웨이의 장비가 어디에 있는지, 또 화웨이의 시장 지위가 어느 정도인지에 문제다"라면서 "이 두 요소는 모두 중국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고 WSJ에 전했다.

한 미국 전직 정부 관료는 지난 2015년 애플이 미국연방수사국(FBI)의 애플 백도어(backdoor·시스템 접근에 대한 사용자 인증 등 정상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 요청 건을 거부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중국에서는 절대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국의 정치체제 상 기업이 정부의 요청에 직접 맞서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 관료는 이와 같은 요청을 받았을 때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요구를 어느 정도 조율할 수는 있겠지만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면서 "몇 년 전 미국 정부와 애플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이 중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가대표' 기업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온 화웨이가 정부의 요청을 완전히 거절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리바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의 국가대표 격 기술기업들은 역내에서 우호적인 기업 환경을 제공 받는 대신 직간접적으로 중국 정부의 개입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장 의장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해 "화웨이에 백도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미국이) 이를 입증할 증거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측이 화웨이 장비의 안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면 이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은 기술 안보를 검증하고자 하는 미국의 요청에 응한 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WSJ은 화웨이가 기술 안보 문제를 검증하고자 하는 미국의 요청에 수차례 응하지 않았던 점도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불신을 키운 이유로 꼽았다.

WSJ에 따르면 미 관료들은 수차례 중국 기업들에 정부로부터의 정보 제공 요청을 받고, 이에 응하지 않았던 사례를 입증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정보 제공 요청을 거부한 증거를 제출할 경우 중국 기업들의 기술적 독립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한 번도 이 같은 미 관료들의 요청에 응답한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기술기업에 대해 장비에 백도어를 설치하거나, 보안 관련 결함을 의도적으로 설치하는 것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크 로저스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은 "중국 기업들이 공급망에 끼치는 사이버보안 리스크에 대한 증거는 이미 충분하다"면서 "가끔, 스스로에 (안보 위협을) 입증하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한지 자문하지만, 이는 자료의 부족 문제가 아닌 (안보 위협이)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에 대한 질문이다"고 말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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