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국제경제부 = 24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는 미·중 무역협상 불안과 주요 기업 호실적이 뒤섞이면서 혼조세를 보였다.

미 국채 가격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 속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제 우려가 더해져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는 미국 경제 지표 호조와 달리 유럽 경제 우려가 커지며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뉴욕 유가는 베네수엘라 정국 혼란과 미국의 제재 가능성에 상승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이날 중국과 무역 합의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미·중 무역 긴장이 강화됐다.

로스 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중국과 무역 관련 해법을 도출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면서 "상당히 많은 이슈가 있고, 중국과 무역 관계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미국은 (중국의) 구조 개혁과 벌칙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셧다운은 이날로 34일째를 맞았으나 종료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미 상원 표결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각각 발의한 예산법안은 모두 부결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예상대로 기준금리 등 금리정책을 동결했다. 올해 여름까지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선제 안내에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로존 경제 전망의 하방 위험이 더 커졌다면서 경기 상황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 위험자산 투자에 부담을 줬다.

이날 발표된 경제지표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지만, 일부 나쁜 지표도 있었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전주에서 1만3천 명 줄어든 19만9천 명(계절 조정치)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1969년 11월 19만7천 명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예상치는 21만8천 명이었다.

정보제공업체 IHS 마킷에 따르면 1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계절 조정치) 전월 확정치 53.8에서 54.9로 상승했다. 시장 예상치인 53.5를 웃돌았다.

다만 서비스업 PMI 예비치(계절 조정치)는 전월 확정치 54.4에서 54.2로 낮아졌다. 전문가 예상치에는 부합했다.

또 콘퍼런스보드는 지난 12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0.1%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도 0.1% 하락이었다.



◇ 주식시장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2.38포인트(0.09%) 하락한 24,553.24에 거래를 마쳤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3.63포인트(0.14%) 상승한 2,642.33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7.69포인트(0.68%) 오른 7,073.46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은 주요 기업 실적과 미·중 무역협상 및 미 정부 부분 폐쇄(셧다운) 관련 소식 등을 주시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이날 중국과 무역 합의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긴장이 강화됐다.

양국이 기술탈취 문제 등 근본적인 사안에 대해 이견이 여전하다는 진단이 속속 나오는 상황에서 로스 장관 발언이 더해지면서 시장 불안감도 다시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 중국과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낙관적 발언을 내놨다.

미 셧다운 관련 불확실성도 지속하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민주당)과 한바탕 설전을 벌인 후 29일로 예정됐던 국정 연설을 셧다운 해소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반면 주요 기업의 긍정적인 실적은 증시에 지지력을 제공했다.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사우스 웨스턴 항공 등 이날 실적을 발표한 주요 항공사들의 성적표가 모두 시장 기대를 넘어섰다.

탄탄한 고용시장 지표 등은 경기 둔화 우려를 경감했다.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20만명도 하회하는 호조를 보였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실업보험 청구자 수를 볼 때 1월 고용보고서는 상당히 좋을 것이란 발언을 내놨다.

이날 종목별로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주가가 6.4%가량 올랐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6.3% 올랐다.

업종별로는 기술주가 0.93% 오르며 가장 선전했다. 반면 필수 소비재는 1.3% 하락했다.

뉴욕증시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 관련 소식 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이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마켓필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사울 대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지정학적 위험이 남아있다"면서 "이번 주에도 대부분의 시장 움직임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한 경쟁적인 머리기사에 따라 발생했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3월 25bp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5.6% 반영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변동성지수(VIX)는 전 거래일보다 4.38% 하락한 18.85를 기록했다.



◇ 채권시장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 종가보다 4.1bp 하락한 2.714%를 기록했다.

국채 3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3.2bp 내린 3.036%를 나타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보다 2.9bp 떨어진 2.562%에 거래됐다.

10년물과 2년물 가격 격차는 전일 16.4bp에서 이날 15.2bp로 축소됐다. 국채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ECB가 유로존 경제 전망에서 늘어나는 위험을 강조함에 따라 유럽의 국채수익률이 떨어졌고, 미 국채시장도 이에 연동했다.

독일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5.4bp 내린 0.123%를 기록했다. 거의 2년래 최저치다. ECB 성명서 발표와 마리오 드라기 총재의 기자회견 이후 낙폭은 더 커졌다.

유로존을 대표하는 독일 국채는 미국 국채와 함께 안전 자산으로 여겨지며 비슷하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드라기 총재는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약해지고 있다며 "성장 전망 위험 요인이 하방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상당한 통화정책 부양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ING의 카스텐 브레스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도 통화정책회의와 함께 경제 우려 행렬에 동참했다"며 "성장 전망에 있어 하방 위험이 늘어났지만, 아직 정책 변화는 주지 않았고 약간의 완화만 보여줬다"고 말했다.

브레스키 이코노미스트는 "다르게 말하면 ECB 역시 유로존 경제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ABN 암로의 닉 쿠니스 금융시장 리서치 대표는 "시장은 여전히 올해 말의 심각한 경기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 하향 등이 5년과 10년 만기 독일 국채수익률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의 경제 둔화로 유로존 성장률 기대치는 떨어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발표된 유로존의 제조업 업황 지수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유로존의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는 50.5로,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했고 5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도 다시 높아져 안전 자산 선호를 높였다.

제퍼리스 파이낸셜의 토마스 시몬스 머니마켓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보였던 더 낙관적인 평가와 상충한다"며 "이런 발언은 특히 고무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 외환시장

연합인포맥스(6411)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이하 현지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는 엔화에 달러당 109.606엔을 기록, 전장 뉴욕 후장 가격인 109.610엔보다 0.004엔(0.00%) 하락했다.

유로화는 달러화에 유로당 1.13077달러에 움직여, 전장 가격인 1.13825달러보다 0.00748달러(0.66%) 내렸다.

유로화는 엔화에 유로당 123.94엔을 기록, 전장 가격인 124.77엔보다 0.83엔(0.67%) 떨어졌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전장보다 0.44% 오른 96.538을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단기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더 약하고 경제 위험이 하방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힌 뒤 유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 영향으로 달러 인덱스는 이번 주 들어 처음으로 상승했다.

ECB의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잃을수록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유로의 매력은 떨어진다.

ECB는 이날 금리를 동결하고 최소한 여름까지 계속 동결하겠다고 밝히는 등 통화 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유로-달러는 장중 1.13060달러까지 내려 지난달 17일 이후 가장 낮았다.

롬바르드 오디에 인베스트먼트의 찰스 스트-아라우드 선임 투자 전략가는 "ECB가 올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어떤 경우에도 ECB는 경제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ECB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았지만, 차기 3월 회의에서는 가능하다"며 "적어도 올해 내내 금리 인상이 없다는 것을 암시하기 위해 조만간 포워드 가이던스를 바꿀 수도 있으며, 이렇게 되면 현 사이클에서 ECB가 금리를 인상할 수 없다는 전망을 키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픽셋 웰스 인베스트먼트의 프레드릭 듀크로젯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부터 ECB는 말 대신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며 "ECB가 위험의 균형을 하방 쪽으로 바꿨는데, 이는 시장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며 추가 활동지표 하락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무역협상과 관련해 다시 불안감이 생기며 달러는 안전통화인 엔화에만 소폭 약세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잇따라 낙관론을 펼친 것과 달리 이날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중국과 무역협상 타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표는 좋았다.

미국의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49년래 최저로 떨어졌고, 지난 12월 미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시장 예상과 부합하는 수준으로 약해졌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는 "실업 청구자 수를 통해 노동시장이 강하다는 더 많은 증거를 확인했다"며 "다만 주간 수치 변동성이 커서 다음 주에 발표될 고용보고서보다 트렌드를 덜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무역 우려 속에 호주 달러는 0.70% 내렸다.

내셔널호주은행(NBA)이 모기지금리를 인상키로 해 호주 달러에 부담을 줬다.

호주 부동산시장이 고점에서 가파르게 하락하는 가운데 부채 부담이 큰 가계에 압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중앙은행이 올해 말까지 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은 이번 주 초 51%에서 이날 57%로 늘어났다.



◇ 원유시장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0.51달러(1.0%) 상승한 53.1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보다 더 늘어난 점은 유가 상승을 제한했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과의 정치·외교 관계단절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가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달 초 백악관 관리가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제재를 고려하고 있으며 미국 정유업체들에 대체재를 찾아보라고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은 이르면 이번 주 중 석유 등 에너지 관련 제재를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분석가는 "백악관이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을 제재할 수 있다는 신호가 이날 원유시장의 가장 큰 이야기였다"며 "시장은 정말로 지정학적 요인을 우려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에 제재가 가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미국 제재를 받은 이란 공급에다 베네수엘라 수출까지 급감하면 글로벌 공급은 더 줄고 유가는 상승할 수 있다.

페트로 로지스틱스에 따르면 12월 이란 원유 등의 수출은 11월과 비교해 가파르게 떨어졌다. 미국 제재 여파가 나타난 것으로, 기존 추정치보다 더 줄었다.

다만 미국 원유 재고가 시장 예상보다 더 늘어나 장중 유가 상승 폭을 줄였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원유 재고는 약 797만 배럴 증가했다. 60만 배럴이 감소했을 것이라는 시장 예상과 달리 늘어났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는 "미국 원유 재고가 큰 폭 늘어난 것은 원유시장에는 약세 재료였다"며 "수요는 여전히 활기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수요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장기 전망이 어두운 데다, 미국과 중국의 계속되는 무역 분쟁으로 성장률은 더 둔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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