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이미란 김예원 기자 = 김현철 청와대 보좌관이 극심한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층에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면 해피 조선이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28일 대한상공회의소의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아세안 지역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 발언이지만, 고용 한파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말이어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 보좌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경제가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구조에 들어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아세안과 인도와 같은 블루오션 시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연평균 성장률이 5∼8%에 이르고, 소비시장이 15%씩 성장하는 전 세계에서 드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김 보좌관은 아세안에 이미 많은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그곳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강연 도중 부적절한 비유를 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그는 국립대학 국문과 학생들이 취직이 잘 안 된다면서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아세안 국가에 가면 한글 배우고 싶어 난리다"라고도 했다.

그는 또 "젊은이들이 우리나라를 헬(hell)이라고 하는데 기성세대의 잘못도 있지만, 아세안은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미래의 국가가 될 수 있다"며 아세안으로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보좌관은 젊은 층뿐 아니라 퇴직자들도 아세안 시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적절하지 않은 말을 했다.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를 맡아 상한가를 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을 언급하면서, "50대, 60대에 조기 퇴직했다고 산에만 가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김 보좌관의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보라. 다 어디 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해 비판을 받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과 대응책 등을 보좌하는 경제보좌관이 사상 최악의 고용과 청년실업 상황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네이버 아이디 koko****는 "아파야 청춘이다"라는 말로 김 보좌관의 말을 비꼬았고, moon****은 "이젠 하다 하다 국민 탓"이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현철 보좌관은 이날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 보낸 문자에서 "50·60 세대인 박항서 감독처럼 신남방지역에서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는 맥락에서 말 한 것으로 50·60 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현재 신남방 지역의 한류열풍으로 인해 해당 지역 10·20세대들이 대한민국을 동경의 나라,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을 표현하면서 우리 젊은이들도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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