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KB금융지주 노동조합협의회(노협)가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외이사를 추천하면서 은행권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노사간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실제 주총에서 노조의 사외이사 선임 가능성이 크지 않고 다수의 은행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는 아니어서 여전히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금융 우리사주조합과 KB금융 노협은 지난 24일 백승헌 변호사를 주주제안을 통해 사외이사로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백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에서 회장을 지내고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위원, 대검찰청 검찰개혁 자문위원, 법무부 정책자문위원, 한겨레 사외이사, KBS 이사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KB노협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주주제안 방식으로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해 노동이사제와는 결이 다소 다르지만,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가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은행권에서는 KB금융 노협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이 부결되고, 노동이사제 논의도 재점화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분율 70%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들이 대부분 반대표를 던질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주주들은 노조의 경영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노협은 이전에도 두 차례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지만 통과되지 못한 전력이 있다.

2017년 1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지난해 3월 정기주총에선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하 대표는 국민연금의 찬성에도 17.73%의 찬성표로 선임안이 부결됐고, 권 교수는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 찬성률이 4.23%에 그쳤다.

선임안이 통과되려면 의결권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 참석 주주 절반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KB금융 노협은 우리사주조합원과 일반 주주에게 발의서를 배포하고 동의서를 모집하는 등 찬성률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2017년 하승수 대표의 경력과 사외이사 구성원 간 전문성 중복을 문제 삼았던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접촉해야 한다는 주장도 KB금융 노협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해에도 KB금융 노협은 ISS와 접촉해 사외이사 추천의 타당성을 설명한 바 있다.

KB금융 노협을 제외하면 주요 시중은행 노동조합 중 올해 사외이사를 추천할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눈에 띄지 않는 상태다.

지난 11일 기준 6.45%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우리사주 비율을 자랑하는 우리은행 노조는 올해도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을 계획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매도하면 블록딜 형식으로 받아 2대 주주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우선 2대 주주가 돼 사외이사 선임안 통과 확률을 높인 후 사외이사 추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 노조 관계자 역시 "노조 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될 확률이 극히 낮다"며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KB금융 노협의 노동이사제 도입 시도에 대한 은행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파업까지 불사하며 사측과 극한 대립을 빚어 온 KB국민은행 노조가 이번에도 실현 확률이 낮은 노동이사제 카드를 꺼내 들어 사측과의 긴장을 강화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의미 있는 기록을 쌓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금융 노협이 안 될 걸 알면서도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노사 갈등을 유발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중은행 다른 관계자는 반면 "2017년 임시주주총회 때 국민연금이 KB금융 노협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찬성표를 던질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KB금융 노협이 노동이사제를 위한 시금석을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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