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지난해 코스닥 벤처펀드 도입으로 전환사채 발행이 급증했다. 특히 전환가액 조정이 가능한 '리픽싱(refixing)' 사채 발행이 일반화되면서 주주가치 희석에 파생상품거래 손실 가능성까지 다양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기업의 전환사채 발행건수는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코스닥 벤처펀드의 도입이 전환사채 발행 확대를 이끌었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전체 자산의 15%를 벤처기업 신주에 투자해야 한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 신주 의무 투자비율을 충족시키는 데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사채 발행이 급증했다.

대부분의 국내 전환사채는 전환가액을 조정할 수 있는 리픽싱 약정이 부여된다. 지난해 주가 하락이 가속하면서 전환사채의 전환가액 조정 건수가 증가했다.

지난해 코스닥 기업의 리픽싱 공시 건수는 1천건을 넘어섰다. 현행 규정상 리픽싱 횟수에 제한이 없어 주가 급락이 지속되면 리픽싱 약정에 따라 전환가액 조정이 1~3개월 단위로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







리픽싱 건수 확대로 전환가액이 계속 하락하면 신규 상장하는 주식 수가 증가해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 감소가 불가피하게 된다.

홍지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예를 들어 전환가액이 1만원인 50억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할 경우 전환가액이 5천원으로 하락하며 100만주의 신주가 발행돼 기존 주주 지분율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설명했다.

리픽싱 조건의 전환사채 발행이 많아지면, 주가가 올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현행 회계 기준으로는 리픽싱 조건이 있는 전환사채의 전환권 대가는 파생상품 부채로 분류하고, 전환권을 공정가치로 평가한다. 주가가 오르면 전환권 가치가 상승하고, 그 차액을 파생상품 손실로 회계처리하기 때문에 현금유출이 없음에도 기업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거래소에 공시된 파생상품거래손실 발생 건수는 24건으로, 직전 5개 연도 평균 2~3개를 크게 웃돌았다. 파생상품평가손실 금액이 자기자본의 10% 이상일 때만 의무공시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기업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 선임연구원은 "리픽싱 조건의 전환사채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를 하락시킬 위험과 함께 실질적인 손실이 없음에도 기업의 손익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리픽싱 횟수나 기간 제한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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