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사의를 표명한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김 보좌관이 오전 출근하자마자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조금 전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 보좌관이 우리 정부 초기 경제정책의 큰 틀을 잡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김 보좌관의 발언은 본인이 맡은 신남방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신속한 사표 수리에 대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김 보좌관의 의사가 강하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경제보좌관 직위는 물론 신남방정책특별위원장 직위도 함께 내려놓는다.

김 보좌관은 전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CEO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아세안 지역으로의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청년층과 중장년층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해 강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취업난을 겪고 있는 젊은 층에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면 해피 조선이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국립대학 국문과 학생들이 취직이 잘 안 된다고 거론하면서 "그런 학생들 왕창 뽑아서 인도네시아에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아세안 국가에 가면 한글 배우고 싶어 난리다"라고도 했다.

특히 중장년 퇴직자들을 겨냥해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를 맡아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박항서 감독을 언급하면서, "50대, 60대에 조기 퇴직했다고 산에만 가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 한다"라고도 말했다.

김 보좌관의 이러한 발언이 알려지자 네티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야당은 문 대통령에 즉각적인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논란이 확산하자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신남방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표현으로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다. 저의 발언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신 모든 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결국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고용 참사에 책임을 져야 할 경제보좌관이 청년과 장년을 싸잡아 불평 세력으로 몰고 해외에 가라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원내정책회의에서 "김 보좌관의 발언은 국민과 청년들에게 심한 상처를 안겨줬다"며 "문 대통령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제시한 해법이 이처럼 안이하고 무책임하다는 데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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