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최정우 기자 =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가 정기인사 시즌을 맞아 어수선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인사 적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잦은 인사이동 등으로 조직 내 피로감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지난주 임원 인사에 이어 전일 부·실장 정기 인사에 나섰다. 주 후반 팀원 인사까지 이뤄지고 인수인계 등을 마치면 내달 중순께 조직개편안이 적용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에서는 수년째 대규모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사장 교체와 맞물리면서 조직 쇄신 등의 이유로 부·팀장의 절반이 교체되는 인사가 진행됐다.

지난해에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따른 조직 재편으로 대규모 인사가 불가피했다.

수년째 대폭 수준의 인사가 이어지며 조직 내 피로감은 높아졌다. 업계에서는 인사 적체, 잦은 인사이동에 따른 전문성 확보의 어려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인사 적체는 거래소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임금피크제 등을 시행하고 꾸준히 신입 채용에 나서며 점차 해소되는 과정에 있지만, 여전히 '역피라미드' 구조가 뚜렷하다.

거래소의 과장급 이상 직원은 전체의 63% 수준이다. 자회사인 코스콤의 과장급 이상 직원 비율이 50% 정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아직 높은 상황이다.

인사 적체는 임원 증원으로 이어졌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6년 효율성 제고를 이유로 상무 이상 임원을 10명으로 줄였다. 그러나 현재는 다시 17명까지 늘어났다. 이에 최근 거래소 노조는 '임원 자리 늘리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잦은 인사에 따른 전문성 논란도 수년째 이어져 왔다. 상장심사팀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서에서 담당자가 계속 바뀌다 보니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매년 정기 인사가 나는데, 팀장이나 팀원의 경우 평균적으로 2~3년에 한 번꼴로 부서가 바뀐다. 부장급 이상은 인사 교체가 더욱 잦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 심사역 교체로 인수인계 등을 거치면서 심사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있었다"며 "심사 기간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거래소에 심사 연장을 신청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시적 시각을 갖추기 위해서 전반적인 업무 경험이 중요하지만, 인사가 잦다 보면 업무 파악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예전보다 전문성 강화를 중시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직원이 10~20% 정도 바뀌는 수준은 별 문제가 안되지만, 절반 정도 바뀌면 업무 단절이 상당 기간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년 정기인사로 분위기가 술렁이기도 하고, 팀장과 부장급이 실무자들보다 전문성이 없어 관리가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직원들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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