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더 불리한 입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역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고 '폭탄 관세 전쟁'을 장기화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정치적인 불리함과 시장 불안이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는 요인이라고 WSJ은 전했다.

우선, WSJ은 중국이 미국에 부과한 고율의 맞불 관세는 미국의 재계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몰려있는 지역·선거구에 인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지역인 몬태나 주 등의 '대평원 지역' 대두 농부들, 중서부 지역의 자동차 노동자들, 텍사스 및 노스다코타·사우스 다코타 주의 원유 사업 노동자들은 현재 부과되고 있는 고율의 관세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는 이 같은 불만을 인식해 약 2주 전 참석한 미국농민연맹 연설에서 중국을 18번이나 언급하며 무역협상을 낙관하는 발언을 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직전 기자들에게 "우리는 중국과 아주 잘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 러블리 시러큐스대 경제학 교수는 무역협상 타결 실패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화당에 리스크를 가져온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회의 공화당들은 지지 지역에서 관세를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셧다운 여파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더 많은 관세와 협상 타결 실패는 정부의 실패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을 본인의 성과로 파악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갈등으로 인한 더 이상의 주가 하락을 용인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WSJ은 월스트리트의 변동성은 트럼프에게 가해지는 또 다른 압박의 요인이 됐다면서, 미국 주식시장에는 지난해 말 무역 갈등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에 대규모 매도세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WSJ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백악관 내외의 자문을 불러 중국에 대한 그의 강경한 태도가 주식시장의 매도세를 불러오고 있지 않다는 안심을 받고 싶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은 미국시간으로 30일부터 이틀 동안 고위급 무역협상을 펼친다.

트럼프 대통령은 31일에는 류허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무역협상은 백악관 내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열린다. WSJ은 이 같은 장소 선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할 경우 쉽게 협상 장소에 방문해 협상의 진행 과정을 점검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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