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서울 전셋값이 강동권 헬리오시티의 입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지역에서 갭투자로 집을 소유한 임대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적은 곳은 임차인의 상황도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최근 정점이던 지난해 10월 22일(100.1) 이후 약 석달간(올해 1월 21일) 1.1% 하락했다. 이 기간에 서울 전셋값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서울 강동권의 대량 공급이 전셋값 하락을 주도한다. 9천여세대가 넘는 송파구 가락동의 초대형 아파트 단지 헬리오시티가 직격탄이 됐다.

서울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의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전셋값이 4.37%로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대규모 공급에 수요의 힘이 무색하다. 일반적으로 주택 매수를 미룬 수요자들이 전세로 갈아타고 있는 상황에서, 새집에 대한 선호로 신축 아파트가 더 힘을 못 쓰는 형국이다. 서울에서 5년 이하 아파트 전셋값이 2.08%로 가장 많이 내렸고,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가 0.59% 하락으로 가장 잘 버티고 있다.

다주택자 규제에 보유세 부담까지 겹치면서 강동권 일대에서 갭투자를 한 임대인들은 노심초사지만, 서울의 다른 지역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신규 주택의 공급이 제한되거나 개발이슈가 약했던 지역들은 임차인들의 고민이 더 깊다.

전셋값 변화의 시계열을 약 1년 반으로 늘리면 서울에서는 20년이 초과한 아파트만 전셋값이 1.5% 하락했다. 이 기간에 주변 인프라(사회간접자본)가 좋은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는 1.7% 전셋값이 올랐고 신축 아파트도 0.9% 상승했다.





주택의 신규 공급을 찾기 힘든 서울 도심권은 1년 반 동안 5년 이하의 신축 아파트 전셋값이 2.5%, 5년 초과 10년 이하는 2.6% 올랐다. 동북권은 20년 이하의 아파트가 모두 1.5% 내외의 전셋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예전에 신도시 개발을 마치고 기업 입주와 인프라 확충이 한창인 서울 서남권은 5년 이하 신축 아파트의 전셋값은 1년 반 사이에 5.8% 뛰었다. 20년 초과 아파트를 빼면 모두 최소 2.3% 이상 전셋값이 높아졌다. 입지에 따라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낼 수 있어 전세 만기 연장에 추가 자금이 필요한 처지다.

서울 서북권은 뉴타운 개발 등으로 신규 공급이 많아지면서 신축 아파트는 전셋값에 큰 변화가 없지만, 20년 초과 아파트는 약 1년 반 전 대비 전셋값이 2.3% 상승했다. 서울 동남권은 모든 연령대의 아파트가 예전보다 전셋값이 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서울의 규제가 상당 기간 풀리지 않는다고 보면 전셋값의 차별화가 실수요 동향과 연결될 수 있다"며 "경기침체 국면에서 일부 지역 상권이나 핵심기업까지 흔들리면 다시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