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정윤교 기자 = 금융감독원이 공공기관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상위직급 축소를 포함한 강도 높은 조직 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명예퇴직 등 퇴로를 열어주지 않고 조직을 축소하게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일부 직원의 승진 박탈 문제 등 세대 갈등을 어떻게 푸느냐도 남겨진 숙제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30일 2019년도 공공기관 지정안 심의에서 금감원을 미지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지정 유보된 이행상황을 점검한 결과 상위직급 축소를 제외한 대부분이 조건을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2년 연속 공공기관 지정 위기를 넘긴 금감원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될까 봐 임직원들이 노심초사했는데 일단 한시름 놓았다"며 "금감원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있는 만큼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년간 채용 비리 근절 대책, 경영공시 강화 등 나름 노력을 했지만, 시장은 역부족하다고 평가했던 것 같다"면서 "내부적으로 올해 조직쇄신안을 마련 중인 만큼 이러한 논란에서 확실히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007년 4월 기타 공공기관에 지정됐다가 감독 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이유로 2년 뒤인 2009년 해제됐다. 그 뒤에도 2011년 저축은행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 2013년 동양그룹 부실 사태 등 금감원의 감독 책임론이 불거질 때마다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금융위의 통제를 강화하는 선에서 논의가 마무리됐다.

그러다 지난해 고위 간부들이 채용 비리로 구속되는 등 부정부패한 사례가 잇따르고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서 방만 경영 문제가 불거지면서 공공기관 지정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하지만 공운위는 채용 비리 근절 대책,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등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개선하라는 조건부 유보 결정을 내리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올해 공운위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기재부에 상위직급 축소를 약속한 만큼 올해도 지난해 이상의 조직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감사원이 3급 이상 상위직급 비중을 30% 미만으로 감축하라고 권고했지만, 금감원은 권고대로 간부를 줄이지 못했다. 금감원은 10년에 걸쳐 3급 이상 간부를 30% 이하로 감축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최근 기재부가 5년 안에 35% 이하 감축을 요구했고 금감원이 이를 수용하면서 공공기관 지정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쉽지 않겠지만 필요한 조건이라면 최선을 다해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강도 높은 쇄신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감원 3급 이상 임직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3%(851명)다. 전체 인원의 변화 없이 이를 35%까지 낮추려면 3급 이상 직원 150명가량을 줄여야 한다. 기간이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면서 승진이 늦춰질 수 있는 직원들의 대상과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금감원은 승진 대상이지만 승진을 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박탈감과 이에 따른 세대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공공기관 지정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사적체 문제를 풀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과도한 취업제한과 명예퇴직 등 퇴로가 막혀있는 것이 직원들의 불만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금감원은 민간과 같은 명예퇴직 제도가 사실상 없어 1~3급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부 직원들의 승진을 막고 자연감소분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금감원과 금융위는 금감원의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퇴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기재부가 일시적인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소극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011년 공직자윤리법시행령 개정으로 금감원 취업제한 대상이 2급 이상 임직원에서 4급으로 확대되면서 거의 모든 직원의 발이 묶인 셈"이라며 "취업제한을 풀고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면 인사적체와 방만 경영 문제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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