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정원 기자 = 전문가들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자금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간의 '수주절벽'으로 실적이 크게 출렁인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와 전방위적인 자산 매각 등을 실시한 점이 최근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캐시카우'인 현대오일뱅크를 활용해 적극적인 투자유치에 나서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분석됐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위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의 지분은 55.7%로,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2조1천억원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인수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권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합병(M&A)을 위해서는 최대 2조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최근 현대중공업의 상황을 고려하면 '완주'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현대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조6천986억원 수준이다. 같은기간 단기금융자산은 9천394억원에 이른다.

별도 기준으로 보더라도 현대중공업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1조6천373억원, 단기금융자산은 8천604억원 수준에 달한다.

지난해 초 1조2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순차입금 규모를 크게 줄인 데다 현대호텔과 현대아이디얼, 현대중공업 소유의 호텔 및 농장 등을 잇따라 매각하면서 재무구조를 개선해왔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주력 산업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계열사와 사업부의 과감한 매각을 통해, 제시했던 자구계획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현재의 현대중공업의 현금 여력 등을 감안하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무리가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별도의 인수금융이나 컨소시엄 구성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통해 추가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분 중 19.9%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에 매각해 1조8천원 규모를 확보한다는 게 현대중공업의 구상이다.

현대오일뱅크의 IPO 계획이 감리 문제로 지연되자, 자금 확보를 위해 아람코와 투자 유치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유치로 현대오일뱅크 IPO 일정 자체가 밀릴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나, 지분 매각에 따른 투자유치 규모를 고려하면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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