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지난해 발행 실적이 없었던 은행권 커버드본드 시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에 따라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발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발행 규모나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권 원화 커버드본드는 발행 실적이 전혀 없었다.

국민은행이 글로벌 커버드본드를 1억 달러 발행하거나, 주택금융공사(주금공)가 유로화로 5억 유로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를 발행하는 등 외화 커버드본드만 간간이 발행됐다.

은행들이 원화 커버드본드를 이처럼 발행하지 않은 것은 시중금리가 낮아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수요가 작았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는 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일반 은행채와 달리 발행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커버드본드 발생 시 가격 형성이 어려운 데다, 담보부 채권이라 담보관리비용 등 제반 비용도 발생한다"며 "국내 은행들이 우량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수요가 많아질 확률이 높아진 데다, 정부의 육성책도 더해지며 커버드본드에 대한 관심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일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기관분담금 징수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금융회사의 커버드본드 발행분담금 0.04%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주금공은 커버드본드 발행 실적에 따라 은행에 적격대출을 공급하도록 내부규정을 개정했다.

금융위는 점진적으로 적격대출을 커버드본드로 전환하고 매년 1조 원씩 공급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이처럼 커버드본드 활성화에 나선 것은 적격대출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장기고정금리상품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로 주금공의 주택 담보부 채권(MBS)을 이용하는 적격대출을 선호한다.

그러나 적격대출 취급분을 주금공에 양도하고, 양도 대금으로 신규 모기지를 취급하므로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있다.

커버드본드 발행자인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투자자가 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어 이중상환청구권(Dual Recourse)이 보장되기도 한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 장기 자금의 조달수단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는 위기상황에서도 유효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