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각 금융권 검사국 팀장 자리를 대폭 줄인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는 위기는 벗어났지만, 5년내 상위직급 비중을 35%까지 낮추기 위한 조직 축소로 최악의 '승진 절벽' 현상이 예상된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 달 8일 팀장·팀원급 인사와 조직개편을 시행하면서 15개 팀장급 자리를 없앨 예정이다.

금감원은 각 금융권별 검사국 내 1개 팀씩 통폐합하고 일부 조사국과 감독국도 팀을 2~3개 줄이기로 했다.

검사국에 속한 팀 가운데 상시감시팀, 영업행위 검사팀, 건전성 검사팀 등 특정 기능이 있는 팀은 유지하되 검사 1팀, 검사 2팀 등으로 단순히 나누어져 있던 일반검사팀을 합치는 것으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금융회사 규모나 성격, 검사 종류에 따라 금융투자검사국 1~4팀, 일반은행검사국 1~4팀, 생명보험검사국 1~4팀으로 소속을 분류했던 것을 일부 통합해 1~3팀 제로 개편되는 식이다.

다만 지난해 즉시연금, 암보험 분쟁을 겪으며 보험사와 갈등이 있었던 소비자보호 담당 부문 소속 분쟁조정국 내 팀 규모와 수는 줄이지 않기로 했다. 소비자 보호 부문은 서민·중소기업지원실이 은행 담당으로 이동하는 것 이외 별다른 변화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직 축소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서 방만 경영이 지적된 데 대한 개선 노력의 하나로, 지난해 16개팀을 감축한 데 이어 올해 15개 팀을 추가로 감축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감축 대상이 검사 부서에 집중되면서 조직 내 불만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고유 기능인 검사 담당 조직이 축소되면 현장대응 능력과 전문성이 약화할 수 있고 위신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종합검사 부활 등으로 검사 인력을 더 늘리고 기능을 강화해야 할 상황에서 팀장급 자리를 없애는 것은 사기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국은 금감원의 별이었는데 팀장급 자리가 대거 사라지면서 승진 기회도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검사 부서 기피 분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공공기관 지정 심사를 앞두고 향후 5년간 3급 이상 직원을 35%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자구 계획을 밝히면서 직원들의 승진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인사적체가 심한 상황에서 향후 4~5년 동안 승진이 안 이뤄지고, 검사 부서에 승진 적체가 집중된다면 일부 직원의 동요를 넘어선 세대 갈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팀이 통폐합되면서 대팀제로 전환되는 것일 뿐 조직이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직원들의 승진 문제는 윤 원장도 인식하고 있으며 정밀 조직진단 등을 통해 불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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