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욱 기자 =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해외송금 서비스 혜택을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해외송금 수요가 많은 외국인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인증수단이 여전히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으로 한정돼 있어 국내 거주 외국인은 인터넷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 해외송금 수수료를 은행권 최저 수준인 건당 4천 원으로 인하한 이후 혜택을 유지하고 있다.

송금 가능 국가도 기존 7개국에서 18개국으로 대폭 늘려 고객들의 편의성을 강화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2일 세계 최대 송금 결제 네트워크 기업인 웨스턴유니온과 손잡고 'WU빠른해외송금'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돈을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가 없어도 카카오뱅크 모바일 앱에서 영문 이름, 받을 국가, 보낼 금액만 입력하면 1분 내로 송금이 마무리된다.

수수료는 기존 국내 WU해외송금 상품 수수료(영업점 기준) 대비 최대 95% 낮은 수준이다.

국가에 상관없이 미국 달러화 기준 3천 달러 이하는 총 수수료 6달러가 적용되고, 3천 달러 초과 시에는 12달러다.

인터넷은행들은 해외송금 서비스에서 시중은행과 확실한 차별화로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해외송금 수요가 많은 외국인을 상대로는 마케팅을 할 수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비대면 인증수단이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으로 한정돼 있어 외국인들은 여전히 인터넷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계좌 개설이 막혀 있으니 해외송금 등 다른 부가 서비스들도 이용하기 어렵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터넷은행들은 상당한 잠재 고객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외국인 특화점포를 개설하고 전용 서비스를 내놓는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을 잡기 위한 타깃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가 당시부터 금융당국에 외국인의 계좌 개설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인 계좌 개설이 허용되면 해외송금 서비스 이용 고객도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외국인등록증이나 여권을 비대면 인증수단에 추가로 포함시키려면 외교부, 법무부 등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비대면 인증수단을 확대할 수 있도록 유관 부처에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을 하고 있다"며 "부처 간 협의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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