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미국 사법당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금융사기, 기술절취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그 배경과 파장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CNN은 화웨이를 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향후 수 년간의 양측 관계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중국이 글로벌 기술 강국으로 부상할지 말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30일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화웨이가 중흥통신(ZTE)과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은 작년 4월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ZTE에 대한 부품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고 이에 따라 ZTE는 도산 위기까지 내몰렸다.

리서치회사 게이브칼의 댄 왕 기술 애널리스트는 지난 29일 고객 서신에서 "이번 기소는 (화웨이에 대한 미국산 부품) 수출 금지 조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화웨이의 생사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왕 애널리스트는 "중국 국가대표 기업들은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문제는 현재진행형인 미중 무역협상의 핵심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선전에 본사를 둔 화웨이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판매해 수 십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중국 대표 IT기업으로,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과 기술 부상의 상징물로 꼽힌다.

화웨이는 미국 애플보다 더 많은 휴대전화를 판매하며 글로벌 5G 통신 분야의 선두주자다.

화웨이가 해외시장으로 점점 세력을 넓히자 미국은 지난 2012년부터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해왔다.

CNN은 화웨이가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화웨이는 미중 기술패권 쟁탈전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됐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화웨이 기소는 별도의 건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CNN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에 도움이 될 경우 화웨이 사태에 개입할 수 있다고 언급했음을 상기시켰다.

게이브칼의 왕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화웨이 기소가 무역협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화웨이가 미국 부품 수입 금지 조치를 받을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과의 분쟁에서 주요 도구로 사용할 수출 제한 조치에 투자자들은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미국은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라고 압박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이미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제한했고 일본과 독일 등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 한 외신은 유럽연합이 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장비 입찰에서 화웨이 등 중국업체를 배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CNN은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유럽과 다른 선진국 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회사의 생존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은 아니겠지만 값싸고 안정적인 장비에 대한 조달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부 통신사업자들은 미국의 요구에 따르면서도 화웨이 기술에 대한 규제가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보다폰의 닉 리드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전면 금지는 전체 유럽 통신 시장에 큰 이슈가 될 것이며, 5G 출시를 상당히 지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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