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그간 발행 실적이 없었던 은행권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에 따라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은행권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유도하고자 원화 예대율을 산정할 때 커버드본드 잔액의 원화 예수금 인정 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로 자금을 조달해 취급한 고정금리 주담대 실적에 따라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인하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발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발행 규모나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은행권 원화 커버드본드는 2014년 정부가 '이중상환청구권부 채권 발행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발행이 가능해졌지만 유명무실했다.

현재까지 국내 은행은 외화 커버드본드를 4건 발행했을 뿐, 원화 발행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은행들이 원화 커버드본드를 이처럼 발행하지 않은 것은 시중금리가 낮아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수요가 작았기 때문이다.

커버드본드는 주로 장기고정금리 대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된다.

커버드본드 금리가 국고채와 은행채의 중간 수준인데 국고채와 은행채 간 스프레드가 최근 3년간 0.203%에 불과해 금리 절감 효과도 미미했다.

일반 은행채와 달리 발행이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비용이 들어간다는 단점도 있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커버드본드 발행에 추가로 소요되는 초기시스템 구축비용과 사후관리 비용 등 부대비용 약 20~30bp를 고려하면 은행채보다 발행 실익이 낮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커버드본드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커버드본드 발생 시 가격 형성이 어려운 데다, 담보부 채권이라 담보관리비용 등 제반 비용도 발생한다"며 "국내 은행들이 우량한 신용도를 바탕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수요가 많아질 확률이 높아진 데다, 정부의 육성책도 더해지며 커버드본드에 대한 관심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금융위는 원화 예대율을 산정할 때 커버드본드 잔액의 원화 예수금 인정 한도 상향 조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예대율규제가 내년 1월 강화되는 상황에서 커버드본드 잔액의 원화 예수금 인정 한도를 높여주면 은행들의 커버드본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도 은행들이 커버드본드로 자금을 조달해 취급한 고정금리 주담대 실적에 따라 주택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인하할 계획이다.

고정금리 취급실적을 산출할 때 커버드본드로 자금을 조달해 취급한 실적에 대해서는 120%의 가중치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또 투자자들의 커버드본드 수요를 끌어내기 위해 은행권 BIS비율을 산출할 때 커버드본드 위험가중치를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보험사는 커버드본드 위험계수를 은행채보다 낮은 수준으로 적용한다.

이에 앞서 전일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금융기관분담금 징수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금융회사의 커버드본드 발행분담금 0.04%를 전액 면제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주택금융공사가 커버드본드 발행 실적에 따라 은행에 적격대출을 공급하도록 내부규정을 개정했다.

금융위는 점진적으로 적격대출을 커버드본드로 전환하고 매년 1조 원씩 공급 규모를 축소할 예정이다.

금융위가 이처럼 커버드본드 활성화에 나선 것은 적격대출이 가계부채 증가로 이어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장기고정금리상품 자금조달 수단으로 주로 주금공의 주택 담보부 채권(MBS)을 이용하는 적격대출을 선호한다.

그러나 적격대출 취급분을 주금공에 양도하고, 양도 대금으로 신규 모기지를 취급하므로 가계부채 증가 우려가 있다.

커버드본드 발행자인 은행이 파산하더라도 투자자가 우선변제권을 가질 수 있어 이중상환청구권(Dual Recourse)이 보장되기도 한다.

이미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 장기 자금의 조달수단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커버드본드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해지는 위기상황에서도 유효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 가계부채의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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