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적극 활용 필요성 언급…금융위에 검토 지시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최욱 김예원 기자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출기업의 금융지원을 위한 매출채권 담보대출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하자 은행권이 고심에 빠졌다.

수출이 둔화할 우려가 커지자 기업들의 수출 활력을 높이고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란 점에 공감하지만,리스크를 또다시 은행들에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홍 부총리는 지난 30일 세종시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이 수출하면서 금융 지원을 받는 것이다"며 수출 중소기업들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은행들이 매출채권 담보부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원회에 매출채권 담보부 대출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깊이 고민해 달라고 특별히 주문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1일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지원 프로그램' 출시 행사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나 "매출채권 담보대출 필요성을 우리도 공감하고 있어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내달 중에 발표할 수출활력 대책에 매출채권 담보부 대출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길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금융위도 홍 부총리의 '특별 주문'에 따라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도 논의에 참여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권은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금융당국 주도로 마련된 동산담보 활성화 방안의 연장선이 될 것으로 보여서다.

당시 대책에는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하 외담대)을 활성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외담대는 대기업이 발주한 계약에 대해 중소기업이 납품했을 때 발생하는 미래의 매출을 담보로 은행이 대출을 공급하는 개념이다.

당시 금융위는 은행이 중소기업의 외상매출채권이 가진 위험성을 정교하게 평가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신용보증기금 등이 매출채권 보험을 늘려 은행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있었다.

지난해 초 시중은행들이 한국GM 협력업체에 대한 외담대를 회수하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하는 등 선제 리스크관리에 나설 때였는데 외담대 활용도를 제고하라는 주문은 적잖이 압박이 됐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중기 대상 외담대와 수출기업 대상 매출채권 담보대출은 엄연히 다른 영역이지만, 은행에 미래 리스크를 감내하고 여신을 공급하란 것은 다소 부담"이라며 "시중은행 보단 정책금융의 영역이 민간까지 과하게 확대되는 것은 정책을 내세워 은행의 팔을 비트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일단 방안이 어떻게 마련될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비슷한 정책이 쏟아지면서 은행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외담대도 근거법이 없는 상황에서 활성화를 하다보니 한계가 있고, 도덕적 해이가 발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며 "매출채권 담보대출이 어떤 형식으로 구체화될지 봐야겠지만 리스크 관리에 있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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