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1일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 지원 및 회사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이러한 대우조선의 경영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민간 주인찾기'를 추진할 적기가 됐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산업은행은 이날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 인수ㆍ합병(M&A)에 관한 조건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지주가 조선 지주회사를 세운 후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대우조선을 자회사로 두는 구조다.

산업은행은 통합법인에 대우조선 지분을 현물 출자하고, 현대중공업지주는 대우조선에 대규모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규모는 전환상환우선주(RCPS) 1조2천500억원, 보통주 8천500억원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현대중공업지주와 산업은행은 조선지주 지분을 각각 26%, 18% 보유하게 된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조선지주의 1대 주주가 되고 우리는 2대 주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복잡한 거래 구조를 띠고 있어 공개 매각으로 거래를 추진하기에는 불가능했다"면서 "따라서 현대중공업과 산업재편 필요성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어 먼저 M&A를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또 다른 잠재 매수자인 삼성중공업 측에도 조만간 접촉해 인수 의향을 타진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으로 제안서를 접수하게 되면 현대중공업 조건과 비교해 최종 인수자를 결정한다.

산업은행은 앞으로도 RG 발행 등 금융지원에서도 기존 협약사항을 이행해 회사 영업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조선산업 재편을 위해서 현대중공업그룹에 먼저 이 거래를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산업재편에 대한 필요성에 누가 공감할 수 있는지, 그 점을 염두에 두고 현대중공업그룹을 만났고, 현대중공업그룹도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 방향성을 정했다"면서 "방향을 정한 상태에서 딜을 성사될 수 있는지 보고 상당 기간에 걸쳐서 M&A 구조를 짰다"고 전했다.

이어 "주기적으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그룹 간 최고경영자 간 교류가 있었고, 최종적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의 제안을 우리가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대한 조선사가 되면 협력사에 대한 '단가 후려치기'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 이 회장은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그 반대로 생각한다"면서 "현재 조선사 간 과당경쟁으로 저가 수주가 이어지고 있어서 협력업체에 단기를 낮추고, 협력사는 낮은 단가로 정상적인 경영상황이 불가피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조선사가 적정가에 수주하고 협력사도 적정한 가격에 일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 거래는 조선사와 근로자, 협력사, 지역경제, 나아가 채권단까지 모두 윈-윈하는 구조"라고 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먼저 협상을 진행한 것은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일단 공감대가 있었던 현대중공업그룹과 협상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이 제시한 조건을 삼성중공업에 모두 제시하고 판단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누가 우리와 먼저 협상했다고 해당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대현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삼성중공업과 접촉할 것이며 오늘 중으로 현대중공업의 제안서가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이 현대중공업그룹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대우조선의 주인은 또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각국의 경쟁 당국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가 어려울 가능성에 대해서 이 회장은 "현재의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볼 때 고객사에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보며, (경쟁 당국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번 거래를 5~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jwcho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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