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물적분할 방식을 활용해 조선통합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실적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현대중공업을 산업은행과 합작해 신설하는 조선합작법인과 사업부문인 현대중공업으로 물적분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향후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조선합작법인은 상장을 유지하고, 사업부문인 현대중공업은 비상장사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후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은 이 조선합작법인에 출자된다. 조선합작법인은 산업은행의 현물출자 대가로 1조2천500억원의 상환우선주와 600만9천570주의 보통주를 발행해 넘길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통합법인에 총 4천억원 수준의 자금이 쓰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딜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현대중공업지주 → 조선통합법인 →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의 체제가 완성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를 통해 조선합작법인이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등을 수평적으로 지배하는 체제가 만들어질 예정"이라며 "이 절차가 끝나면 조선합작법인은 산업은행을 2대주주로 맞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향후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합작법인의 지분 약 28%를 보유하게 되고, 산업은행은 지분 7%와 우선주 1조2천500억원 규모를 갖게 된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민영화 과정이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인 만큼, 삼성중공업의 대응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삼성중공업이 협상자로 낙점될 경우 앞서 설명했던 절차들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딜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딜은 시장 안정화와 효율성 극대화가 핵심이다"며 "이후 연구·개발(R&D) 통합, 중복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 실현, 기술 교류로 인한 생산성 증대, 원가절감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 중간지주사인 조선합작법인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곳의 조선업체를 관리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딜에 나선 배경과 관련해 "조선업계의 재도약을 위해선 빅(Big)2'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게 모든 전문가의 일치된 견해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대우조선해양이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시황 반등 조짐이 나오면서 산업은행도 '주인찾기'가 가능해졌다는 판단을 했고, 현대중공업과도 논의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은 "다만, 산업은행과 협의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얘기가 나왔는데, 10월 말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은 물적분할되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기업공개(IPO)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중공업은 "IMM PE의 투자 과정에서 5년 내 상장을 약속했던 만큼, 현대삼호중공업 IPO는 올해부터 준비해 3년 이내에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다만, 분활된 현대중공업의 상장은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에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자회사들의 편입 여부에도 한마디했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에서 대한조선 등 대우조선해양 자회사에 대해서는 책임에서 배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 "자회사들은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체제로 가게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대중공업은 최근 주력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매각이 이번 딜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현대오일뱅크는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 방식으로 지분 19.9%를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업체인 아람코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은 1조8천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딜은 현대오일뱅크의 지분 매각과는 무관하다"며 "우연히 날짜가 겹쳤는데, 지분매각 자금은 향후 신사업 추진 등 회사 운영자금으로 활용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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