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병극 기자 = 글로벌 조선업 불황에 따른 수주절벽과 일감 부족, 이에 따른 일부 도크의 가동중단. 그리고 이어진 비상경영과 구조조정.

그동안 국내 조선업체를 대표하는 현대중공업을 괴롭혔던 이슈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제 몸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할 것 같던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위기국면에서 오히려 몸집을 키우면서 정면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을 모색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에서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의 전략인 셈이다.

◇ 현대중공업, 위기국면에서 투자확대 '역발상'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31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999년 한국산업은행 주도의 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대우조선해양이 무려 20년 만에 새로운 주인을 찾게 됐다. 또 현대중공업의 입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매머드급 조선사로 탈바꿈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기업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위기상황에서 역발상으로 투자확대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 단계 점프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다.

단적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같은 현대그룹으로 한솥밥을 먹었던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비슷하다. 외환위기 직후 현대자동차는 경영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기아자동차를 전격적으로 인수했다.

당시 기아차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지목됐던 삼성자동차를 제치고 기아차를 인수한 현대차는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실제로 지난 1998년 자동차 생산실적에서 글로벌 15위에 그쳤던 현대차는 기아차 인수를 계기로 적극적인 해외 진출 등을 통해 최근 글로벌 5위의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했다.

◇ 매머드급 조선사 탄생 예고…향후 시너지효과 기대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업계가 기존 '빅3'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재편되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저가 수주와 같은 출혈경쟁도 일정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수주잔액 1위는 1만1천145CGT의 현대중공업그룹이다. 2위는 대우조선으로 5천844CGT다. 이들의 수주잔량을 합치면 1만6천989CGT로, 수주잔량 3위인 이마바리의 5천243CGT보다 3배나 많다. 삼성중공업의 4천723CGT과 비교하면 4배 수준이다.

제 살을 갉아먹던 저가 수주가 해소될 경우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로 앞으로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친환경 선박을 통해서 영업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도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다양한 시너지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날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딜은 시장 안정화와 효율성 극대화가 핵심"이라며 "연구·개발(R&D) 통합, 중복 투자 제거, 규모의 경제 실현, 기술 교류로 인한 생산성 증대, 원가절감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노조 반발 부담 vs 인력구조조정 필요 없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승인문제나 인력구조조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우려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지목됐다.

김세용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국가 경제나 산업적 측면에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긍정적이고, 국내 조선사 간 저가 수주 경쟁위험을 완화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며 "다만 반독점 승인과정에서 정부 보조 등의 이슈가 부담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예정됐던 임단협 찬반투표를 앞으로 대우조선 인수추진 등을 이유로 노조원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야 한다며 투표를 잠정 연기했다.

이들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겹치는 업무를 하는 조합원들 고용불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등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의 우려를 표시한 셈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동종사 인수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한다"며 "매각절차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며 불응하면 강력한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양사가 동등한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에는 "현재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볼 때 고객사에 손해를 끼친 적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경쟁당국을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c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