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임하람 기자 =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일단락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의 추가 협상 및 회동을 발표한 점에 주목했다.

이번 무역협상에서 눈에 띄는 결과물은 다소 부족하나, 트럼프 대통령이 추후 예고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에서 대타협을 타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무역 문제에 있어 주도권을 잡고 해당 사안을 진두지휘 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 1일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일시 휴전'을 타결시킨 것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담판이었다.

데이비드 달러 브루킹스 연구소 중국 전문가는 "협상에 관련한 가장 좋은 희망은 '대면 회동'이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직접 회동해 무역 전쟁의 대타협을 타결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라는 의미다.

달러 연구원은 "미국의 경제도 둔화하고 있으며 트럼프 역시 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관료들과 자주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진 에스와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고, 양측이 갈등의 수위를 낮추고 남은 문제들에 대해 논의를 지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사드 교수는 그러면서도 트럼프가 선언하는 무역 전쟁의 승리는 다소 '겸손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중국 측이 미국에 완전히 양보하거나 항복하는 모양이 나오지 않더라도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전쟁의 승리를 선언, 갈등을 종식하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지 과하르도 전 중국 주재 멕시코 대사 역시 무역 전쟁의 종식에서 양국의 고위 관료의 대면 접촉, 트럼프의 역할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그는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이슈에 관여해온 정도를 고려해보면, 특히 무역 문제에 있어선 양국의 고위급 인사가 대면해 회동하는 것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지난 2년간 배운 한 가지는 미국의 수석 무역 협상가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미국이 언제나 가진 하나의 리스크는 트럼프가 협상해야 할 사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라며 "미 (실무) 협상가들이 하는 말이 묵살되는 것이 가장 위험한 리스크"라고 말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논의된 내용은 미국과 중국이 원하던 수준의 포괄적인 협상을 도출하기에는 다소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류허 중국 부총리가 무역협상의 첫날 미국 측에 '완만한 정도의 양보'를 담은 패키지를 제안했다고 전했다.

류 부총리가 제안한 내용 중에는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상품 수입 증대, 중국 제조업과 금융 시장에 미국의 자본을 더 유입할 수 있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WSJ은 이 같은 제안은 미국 측이 요구해오던 수준의 양보에는 훨씬 못 미치는 정도라고 전했다.

이번 무역협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마이론 브릴리언트 미국 상공회의소 국제관계 부문 책임자는 이번 협상에서 중국 측은 심지어 중국 중앙·지방 정부가 역내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는 보조금 리스트를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WSJ에 전했다.

그는 "중국은 강제 기술 이전 문제와 관련된 걱정거리를 해소할 어떠한 실질적인 방안도 내놓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9이닝 경기에서 현재 5이닝 수준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은 31일 이틀 동안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무리했다. 무역협상 이틀 차에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담을 희망하는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무역 협정을 타결하기 위해 한 두 차례 더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hr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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