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트럼프 국정 연설 속에 강세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호주달러화가 아시아 시장에서 호주중앙은행(RBA)의 기조 변화에 1% 이상 추락했다.

엔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주시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6일 오후 2시 59분 현재 호주달러-달러 환율은 전장 뉴욕대비 0.0088달러(1.22%) 하락한 0.7147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1월 30일 이후 최저치다.

호주달러는 최근 작년 4분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웃돈 영향으로 오름세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날 필립 로우 RBA 총재가 향후 기준금리가 상향될 가능성과 하향될 가능성이 대등한 상태가 됐다고 언급한 영향으로 호주달러는 1% 이상 추락했다.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가 크게 낮아진 탓이다.

로우 총재는 호주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금리 정책과 관련한 전망이 한층 더 균형 잡힌 방향으로 변모했다며 지난 1년여 이상 인상할 가능성이 인하할 가능성보다 컸지만, 지금은 인상과 인하 가능성이 동등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RBA는 다음 금리의 방향은 줄곧 위쪽이 될 것이라고 언급해왔으나 경기 둔화 리스크 등을 고려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엔화는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연설 속에 소폭 강세를 보였다.

달러-엔 환율은 이 시각 전장 뉴욕대비 0.178엔(0.16%) 하락한 109.759엔에, 유로-엔 환율은 0.39엔(0.31%) 떨어진 125.07엔을 기록했다.

달러-엔과 유로-엔 환율의 하락은 엔화가 각각 달러화와 유로화에 올랐다는 얘기다.

한국과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이 설 연휴로 휴장한 가운데 엔과 달러, 유로는 좁은 폭에서 움직였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ICE 달러지수는 국정 연설이 시작되며 달러-엔 하락에 보합권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소폭 오름세로 전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정 연설에서 멕시코 국경 일대에 장벽을 세울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면서도 시장이 우려해온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취임 이후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면서 강한 미국 경제를 멈추는 유일한 것은 "멍청한 전쟁, 정치, 혹은 터무니없는 당파적 조사"라며 민주당의 수사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는 이어 수십년간 재앙을 초래하는 무역 정책을 되돌리는 일이 경제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종식하고,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줄여나갈 것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장이 주목한 인프라 부문에 대해서는 도로와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옵션이 아닌 필수불가결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윌밍톤 트러스트의 루크 틸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마켓워치에 "인프라의 중요성을 대충 언급하고 지나가는 데 그쳤다"라며 "세부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헬스케어로 곧바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이것이 트럼프 아젠다의 상대적 중요성을 시사하는 것이라면 (인프라 관련) 주요 법안이 입법화될 가능성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의 국정 연설은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해서는 시장에 별다른 안도감을 주지 못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다음 주 초 베이징을 찾아 무역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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