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고준석 전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이 30여년의 은행 생활을 마무리하고 학교에서 새로운 시작을 한다.

센터장에서 교수로 명함은 달라졌지만, 제대로 된 부동산 전문가를 육성하겠다는 꿈은 그대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7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회를 통해 그동안 못했던 도전을 시작하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1990년 입행한 후 줄곧 몸담아 온 신한은행을 떠나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고 교수는 "부동산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은행 덕분"이라며 "그간 참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래도 고마운 마음이 가장 크다"고 회고했다.

은행에서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그는 지점 영업을 마치고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박사학위까지 땄다.

그는 "입행 후 4년쯤 됐을 때 행원에게도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예나 지금이나 자산의 절반 이상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자문을 제공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행 내 손꼽히는 부동산 전문가였기 때문일까.

고 교수는 역삼, 반포, 서초, 신사, 청담, 동부이촌동 등 돈이 몰리는 곳에서 지점 생활을 하고, 본점에선 여신관리부에 몸담았다.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은 금융자산 50억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PWM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을 역임했던 2016년 무렵이다.

당시 신한은행장이었던 조용병 회장이 부동산 투자자문 시장을 눈여겨보다 자산관리(WM)그룹 내 그를 주축으로 한 부동산 투자자문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이듬해 발족한 부동산투자자문센터는 시중은행 중 인력 규모는 가장 작았지만, 수수료 수입 만큼은 다른 은행을 압도했다.

고 교수가 지점장 시절부터 10년째 이어온 '자산관리 멘토스쿨' 수업은 투자자문센터의 킬러콘텐츠가 됐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소문이 나면서 수강 신청만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멘토스쿨을 듣고 신한은행으로 옮겨진 다른 은행 고객 자산만 연간 1천억원이 넘었다.

지난해부터는 행 대리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부동산 전문인력'과정도 열었다.

자신이 신한은행에서 부동산 전문가란 타이틀을 얻게 된 것처럼 후배들도 경쟁력 있는 은행원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프리미엄 경매 정보를 제공하는 '신한옥션SA'도 오랜 시간 준비 끝에 선보여 지금은 월 100만명 이상이 찾는 비대면 부동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앞으로도 교육사업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그동안 고객과 후배들을 위한 강의를 했다면 이제는 더 넓은 범위에서 제가 가진 부동산 시장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자문 시장에서 손꼽히는 스타 플레이어의 퇴직 소식은 은행권에서도 회자했다. 암암리에 그의 향후 행보를 궁금해하는 경쟁 은행과 큰손 고객들도 많았다.

이미 여러 곳에서 러브콜도 시작됐다.

그는 우선 3월부터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과 행정대학원에서 부동산 입지론과 강제경매강론을 강의한다.

입지론 수업에서는 아파트, 상가, 토지 등 부동산 물건의 기본 틀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경매 수업에서는 좋은 물건을 경제적이고 합리적으로 살 기회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밖에 골목을 누비며 상권을 분석해주는 방송 프로그램과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문화센터 강의도 예정돼 있다.

30년의 은행원 생활을 마무리한 그에게도 아쉬움은 있었다.

시중에 없는 경매 대출과 부동산 관리 신탁에 기반을 둔 상품을 오랜 시간 연구했지만, 출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고 교수는 "국민 자산 대부분이 투자된 부동산을 활용한 리테일 시장을 공략할만한 상품이 한정적이다"며 "이어서 후배들이 잘 만들어준다면 원 신한(One Shinhan) 차원에서 그룹 내 부동산 역량이 리테일 영역까지 확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나고 나니 30년 은행원 시절도 찰나였다"며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제대로 알고 부동산을 접할 수 있도록 아쉬움 없이 도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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