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 '아듀' 빌 그로스…'채권왕'의 은퇴
<뉴욕은 지금> '아듀' 빌 그로스…'채권왕'의 은퇴
  • 곽세연 기자
  • 승인 2019.02.07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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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연합인포맥스) "경력의 마지막 부분은 주변의 비난과 저조한 성과 등 다소 실망스럽게 요약되지만, 그는 여전히 가장 위대한 채권 펀드매니저다. 그 없이는 핌코는 핌코가 될 수 없었다. 그는 개척자이자 타파주의자였으며 게임의 판을 바꿨다"(모닝스타의 제프리 프탁 글로벌 디렉터)

"그는 진정한 지도자이자 위대한 자선가일 뿐 아니라 개인적인 영웅이기도 하다. 잘했다. 잘했다!"(구겐하임의 스콧 마이너드 CIO)

"전설의 투자자가 채권시장 혁신과 수익률 등의 오랜 역사를 뒤로하고 떠난다. 그가 만든 많은 포트폴리오와 분석 툴은 오늘날에도 전 세계 투자자들이 사용한다"(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자문)

'채권시장의 전설' 빌 그로스의 은퇴 소식에 월가 동료들은 찬사를 보냈다.

74세의 빌 그로스는 월가의 화려했던 경력을 마감했다. 핌코에서의 인생 1막, 야누스 헨더슨에서 인생 2막 등 무려 48년을 채권시장에서 보냈다.

빌 그로스는 "40년 넘게 일하는 동안 항상 투자자들의 이익을 첫 번째로 뒀고, 그 과정에서 액티브 채권 운용을 만들고 또 만드는 데 노력하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고 이별을 고했다.

그로스의 역사는 세계 최대 채권 운용회사 핌코와 함께한다. 그는 핌코를 1971년 공동 설립해 채권 강자로 만들었다.

초기부터 그로스는 엄청난 수익률과 잦은 TV 출연으로 핌코에 수천억 달러를 끌어다 줬다. 당시 피터 린치, 워런 버핏 등이 주식시장에서 활약할 때 그로스는 채권시장의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핌코의 현 투자 수석인 댄 이바스킨은 "그는 항상 더 큰 존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로스는 과감한 시장 예측, 믿음을 바탕으로 한 대규모 베팅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08년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매각한 모기지담보 채권을 사들인 것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채권펀드 운용에 쏟은 실험 정신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로스는 채권 포트폴리오도 액티브 운용이 가능하다는 개념 자체를 만들어냈고, 채권 투자 대상을 모기지담보부증권(MBS), 금리파생상품 등으로 넓혔다.

과감한 운용전략과 적극적인 베팅이 더해져 그로스는 가장 빛나는 때를 맞는다.

주력 펀드인 토털리턴펀드는 2013년 4월 3천억 달러 정도로 자산이 커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액티브 펀드를 책임지는 매니저였던 그는 10년 동안 50%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2010년 초 모닝스타는 "빌 그로스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다 준 펀드매니저는 없다"며 "10년 동안 그로스로 인해 펀드투자자들은 470억 달러 더 부유해졌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핌코의 다른 경영진들과 자주 충돌했던 그로스는 회사와 불화설이 퍼지던 2014년 9월 43년 동안 몸담았던 핌코를 그만둔다.

곧바로 중소형 운용사인 야누스로 옮겨 팽팽한 긴장이 흐르기도 했다. 그로스는 2015년에는 "나가도록 강요받았다"며 핌코를 고소했고, 2017년 8천100만 달러로 합의해 씁쓸한 결말을 보여줬다.

채권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던 야누스는 그로스 효과를 톡톡히 본다. 그로스를 따르는 자금이 몰렸고, 한동안 수익률도 괜찮았다. 그러나 이후 수익률은 점차 나빠졌고, 지난해에는 꼴찌 수준을 맴돌았다. 야누스 시절 약 4년간 그로스의 수익률은 2.68%에 그쳤다.

찬사가 비난으로 돌변하는 것도 한순간이다. 그로스의 잘못될 수 있는 베팅이 화를 키웠다는 지적에다, 그동안 잘했던 것도 시대를 잘 만난 덕이라는 평가절하도 이어졌다.

핌코 시절 그로스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엄청난 변화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다.

그로스가 투자 코멘트를 시작한 1981년 채권 활황장이 막 시작됐다.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은 극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 꾸준한 성장과 완만한 가격 상승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1981년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5%대로 정점을 찍은 뒤 2016년 1.3%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때까지 꾸준히 떨어졌다. 국채수익률은 국채 값과 반대로 움직인다.

오랜 기간 금리 하락이 이어졌기 때문에 회사채에 투자하면 꽤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실제 야누스로 옮긴 뒤 예전만 못했던 그로스의 운용 실력은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돈을 푸는 양적 완화 정책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에는 고집을 부리다 그로스는 추락이라는 평가를 들어야만 했다. 야누스의 최고경영자(CEO)는 그로스의 올해 투자가 크게 잘못됐다고 이례적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2018년 5월 그로스는 독일 국채 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한다. 독일 국채금리 상승-미국 국채금리 하락 등 스프레드 축소 베팅을 올해의 투자로 명명했지만, 두 국채금리는 그로스의 베팅과 반대로 움직였다. 펀드 수익률은 고꾸라졌고, 2017년만 해도 20억 달러 이상이던 운용자금은 10억 달러 미만으로 떨어졌다.

초저금리에서 채권 투자로 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그로스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신념을 바꾸지 않고 버텼다. 마지막 은퇴가 화려하지 않지만, '채권왕'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아듀(adieu) 빌 그로스. (곽세연 특파원)

sykwa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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