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착한 기업'에 투자하는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가 속속 등장했지만, 부진한 수익률, 평가 기준 미흡 등의 이유로 투자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펀드 시장에서 개인 등 일반 투자자들에게 ESG 펀드는 큰 호응을 끌어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운용 중인 9개 ESG 공모펀드의 순자산총액은 1천200억원대로 집계됐다. ESG 펀드가 대거 등장했던 2017년과 비교해 순자산총액이 도리어 감소했고, 신규 유입된 자금 규모도 크지 않았다.

ESG 펀드는 환경과 사회적 가치 확대에 기여하고, 지배구조가 건전한 기업에 투자한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최근에도 많은 자산운용사가 ESG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시장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일반적으로 ESG 적용에 힘쓰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가치가 증대될 것이란 기대가 크지만, 실제 펀드 수익률 등은 부진했기 때문이다. 국내 9개 ESG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10~17%대에 불과했다.

부진한 수익률과 함께 ESG 펀드들이 갑작스럽게 발생한 '비재무적 리스크'들을 ESG 평가에 적시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도 투자심리를 다소 제약했다.

지난해 일부 기업에서 예상치 못한 '오너 리스크' 등 비재무적인 리스크가 발생했다. 그러나 ESG 펀드 등에서의 비중은 리스크 발생 이후 수개월이 지난 후에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일례로 지난해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에 휘말리며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그러나 ESG 지수에서 대한항공의 비중이 축소된 것은 처음 논란이 불거지고 2달여가 지난 뒤 이뤄졌다.

이후 수개월이 지나서야 여러 ESG 펀드에서 대한항공을 아예 편출하기도 했다. ETF가 기초 지수의 복제율을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운용사들이 자율적으로 특정 종목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아직 ESG 투자의 정의나 분류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ESG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된 종목 대부분이 코스피 대형주"라고 설명했다.

이어 "ESG 평가체계를 정비해 비재무적 요소들이 잘 반영되도록 하고, ESG 관련 공시제도를 강화하고, 적절한 벤치마크 개발하는 것이 투자 저변을 넓히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 전반이 부진하면서 ESG 투자의 성과도 좋지 않았다"며 "결국 대중화 여부를 가르는 것은 '수익률'이기 때문에 이런 점에 신경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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