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민재 기자 =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보이면서 신용등급 하락 우려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7일 현대·기아차 공시자료와 국내 신용평가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97조2천516억원과 영업이익 2조4천222억원을 거뒀다.

이 가운데 차량 부문은 매출이 75조2천650억원, 영업이익이 1조5천7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기아차는 매출 54조1천700억원과 영업이익 1조1천580억원 등을 거뒀다.

이러한 실적은 앞서 신용평가사들이 등급 전망 회복 기준으로 제시한 수준에 다소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재 각각 'AAA'와 'AA+'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상태지만, 등급전망에서 '부정적'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지난해 한국기업평가는 국내 승용차시장 점유율 60% 이상 유지와 미국시장 점유율 8% 회복, 중국공장 가동률 80% 회복 등을 모니터링한 이후 현대·기아차의 신용도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국내시장 판매 점유율은 현대차 42.1%, 기아차 30.4%로 합산 70% 이상을 넘어섰지만,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주춤했다.

실적공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전년보다 0.6% 감소한 126만7천619대의 차량을 판매했다. 글로벌 제조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현지시장 점유율은 7.3%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연간 목표치의 87.8%인 79만177대의 차량을 팔았다. 기아차의 중국 합작법인 동펑위에다기아의 작년 판매량은 전년도보다 1% 증가한 37만1천263대에 머물렀다. 이 같은 현지판매 부진과 재고 부담 등 요인은 현대·기아차의 중국공장 가동률 회복을 지연시킨다고 분석된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중국공장 가동률은 2년 이상 50~60%를 기록했다"면서 "중국공장 가동률 부진 영향으로 밸류체인이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도 작년 11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차량부문의 EBITDA 마진이 10% 미만일 경우와 EBITDA 대비 총차입금이 1배를 초과할 때 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조정 EBITDA는 차량부문 영업이익과 유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한 것으로 지난해 3분기까지의 유무형자산상각비(2조6천117억원)를 반영해 계산하면 연간 EBITDA 마진은 5.56%로 추산된다.

증권업계가 전망한 연간 유무형자산상각비 평균값인 3조7천여억원이 모두 차량부문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해도 EBITDA 마진(7.1%)은 10%를 밑돈다. 작년 4분기 부채상환과 투자활동이 전혀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 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1.18배로 나타났다.

기아차의 신용등급은 연간 EBITDA 마진 8% 미만과 EBITDA 대비 총차입금 2배 초과시 하향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평가됐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기아차의 연간 유무형감가상각비는 평균 2조원 수준이다. 이에 따른 EBITDA 마진은 5.8%, EBITDA 대비 총차입금 비율은 2.12배로 추산된다.

한 증권사 자동차분야 애널리스트는 "시설투자 계획과 부채상환 일정 등에 따라 실적 추정치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지난해 S&P 등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국제 신용등급은 떨어질 가능성이 작겠지만, 국내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아직 우려감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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