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금융당국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금리 인상 자제 경고에도 카드사들이 고금리 대출 관행을 지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상위권 카드사의 대출 평균금리는 낮아졌지만,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한 중소형 카드사들은 오히려 금리를 인상하면서 고무줄식 금리 산정으로 과도한 이자 이익을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금융당국 및 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5.28%로 전년 동기 대비 0.21%포인트 올랐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우리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7.31%포인트로 업계 평균보다 2%포인트 높았다. 우리카드는 카드론 금리를 1년 새 0.5%포인트나 인상하며 겸영 은행을 포함한 17개 카드론 취급 금융사 가운데 가장 높은 금리를 받았다.

전년 대비 평균금리 상승 폭은 롯데카드가 가장 컸다. 롯데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2017년 말 13.84%에서 지난해 말 15.61%로 1.77%포인트나 올렸다.

대형사들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년 전보다 최대 0.9%포인트 내려갔지만, 중소형 카드사들이 대출금리를 인상하면서 평균금리를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현대카드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3.48%로 우리카드보다 3%포인트 가까이 낮았다.

같은 신용등급이라도 어느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느냐에 따라 금리도 천차만별이었다.

예를 들어 신용등급 1~3등급 고객이 현대카드에서 카드론을 신청하면 평균 11.39%에 이용할 수 있지만, 우리카드에서는 4%포인트나 높은 15.63% 이자를 내야 한다. 이는 현대카드에서 신용등급 6등급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15.49%)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신용등급별로도 유리한 카드사가 다른데, 국민카드는 신용등급 1~3등급에는 업계 최저 수준인 11%대 카드론 금리를 적용하지만 7~10등급에는 업계 최고 수준인 20%대 금리를 받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가계부채 풍선효과를 우려해 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카드론 대출금리 합리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카드론 금리 체계 개선 작업에 돌입했으며 일부 카드사를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하기도 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달 22일 여신금융권 CEO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에게 대출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카드사들은 은행권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와 가맹점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성 방어를 위해 카드 대출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출이 막힌 고객들이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카드론을 몰린 영향이 크다"면서 "이 같은 수요와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사들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대출 규모나 금리가 올라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카드사들이 일부 고객에게만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금리를 파격적으로 할인해 주는 등 명확한 기준 없이 고무줄 금리를 운영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1분기 중으로 카드사 대출금리 산정체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TF 운영 등을 통해 카드사 금리 산정체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면서 "잘못된 금리 산정 관행 개선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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