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진정호 기자 = 최근 미국 회사채시장에 대한 우려가 퍼지고 나오는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다음 금융위기는 회사채 뮤추얼펀드에서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7일(현지시각) 경고하고 나섰다.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피치는 회사채시장은 유동성이 부족해 원하는 가격에 즉각 채권을 상환하기가 어렵다며 개방형 펀드는 투자자가 원하는 시기에 매도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이들이 보유한 채권과 대출은 거의 거래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투매 현상이 나타난다면 투자자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회사채시장에서 압력이 강해진다면 개방형 뮤추얼펀드에서 특히 리스크가 커질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융당국은 이 같은 위험을 의식해 은행들이 위험도가 높은 채권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새로운 펀드 유동성 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피치는 "새로운 규제는 투자자들이 대거 상환에 나설 때의 여파를 억제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회사채 뮤추얼펀드에서 돈을 빼는 움직임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레버리지론을 추종하는 뮤추얼펀드에서 앞서 10주 동안 18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대규모 자금이 빠져나간 여파로 미국 뱅크론 시장도 지난 몇 년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투자회사 인베스코의 '인베스코 시니어론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해 9월 30일부터 12월 24일까지 6.8% 급락했으며 블랙록의 '아이쉐어즈 아이박스 $ 하이일드 회사채 ETF(HYG)'는 같은 기간 7.9%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투자적격등급에 투자하는 '아이쉐어즈 아이박스 $ 투자적격등급 회사채 ETF(LQD)'는 2.5% 하락하는 데 불과했다.

피치는 "유동성이 진짜 문제라면 채권보다 론이 더 큰 위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17년 기준으로 통상 뱅크론 등은 거래가 마무리되는 데 13일 걸렸던 반면 채권은 이틀이면 충분했다.

피치는 특정 펀드가 위험해 보인다고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은행 업종과 비은행금융기관(NBFI)들은 회사채 펀드런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피치는 또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이 들고 있는 2조달러 규모의 투자 대기 자금(드라이 파우더) 또한 화약고라고 지적했다.

피치는 "드라이 파우더는 적어도 부분적으로 개방형 뮤추얼펀드에 투자돼 있다"며 사모펀드나 부실채권 투자자들은 시장이 혼란스러울 때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이들이 펀드에서 대규모로 자금을 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피치는 "헤지펀드 등의 자금 유출로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면 개인 투자자도 펀드런에 동참할 것"이라며 회사채 가치는 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h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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