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의 성장 전망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글로벌 무역 전쟁과 브렉시트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 등으로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향후 새로운 불안이 촉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유로존(19개 회원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1월 제시한 1.9%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7%에서 1.6%로 낮췄다.

2017년 2.4%의 성장률을 달성하며 10년래 최고의 성장세를 보이던 유로존 경제가 다시 고꾸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 유로존 최대 경제국 獨, 성장률 주춤

주목할 점은 독일의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하향됐다는 점이다.

EU 집행위는 독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1%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독일의 경우 단기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라며 "글로벌 무역 긴장,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경기 둔화 등이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들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 독일은 EU 최대 수출국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역을 둘러싼 긴장과 불확실성이 계속될 경우 이는 수출에 영향을 주고 독일의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따라서 이를 매우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 통계청은 지난달 작년 GDP 성장률이 1.5%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의 2.2%에서 낮아진 것으로 작년 성장률은 5년래 최저였다.

작년 12월 독일 산업생산도 전월 대비 0.4% 하락하는 등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또 이번 주 발표된 독일의 12월 제조업 수주는 전월보다 1.6% 감소해 0.3% 증가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돌았다.

이날 독일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5bp 이상 하락해 0.105%로 떨어졌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였다.

ABN암로의 빌 디비니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으로 유럽중앙은행(ECB)의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이 하향 조정될 경우 ECB의 올해 중반 이후 금리 인상 전망은 더욱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 英 브렉시트 불확실성 주목…성장 둔화 불가피

이날 영란은행(BOE)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2%로 하향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5%로 하향했다.

BOE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강화되면서 투자와 소비지출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디비니 이코노미스트는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영국의 거시 전망과 통화정책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브렉시트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의 긴장을 키우고 있다"며 영국이 EU와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 상황에 처할 경우 영국의 리세션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하고 나서 영란은행의 올해 금리 인상 기대는 다소 후퇴했다.

JP모건은 보고서를 통해 영란은행이 올해 5월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던 전망을 수정해 첫 금리 인상은 오는 8월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 유로존 3대 경제국 伊, 새로운 위험 요소

이탈리아의 성장률 전망치도 크게 하향 조정되면서 이탈리아가 유로존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날 EU 집행위는 유로존 3대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성장률 전망치를 0.2%로 낮췄다. 이전 전망치는 1.2%였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0.8%로 기존 1.3%에서 하향했다.

이탈리아의 작년 3분기와 4분기 성장률은 각각 마이너스 0.1%, 0.2%로 떨어져 5년 만에 처음으로 기술적 침체에 진입한 바 있다.

EU는 "최근 이탈리아의 경제 위축은 정부의 정책 기조와 관련한 불확실성과 관련이 있으며 차입금리 상승도 타격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는 작년 말 재정적자 목표치를 두고 EU와 갈등을 빚었으며 올해 성장률이 둔화할 경우 이 목표치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EU는 이날 "이탈리아에 필요한 것은 과도한 공공부채를 줄일 강력한 구조개혁과 결정적 조치, 또 안정과 신뢰, 투자를 지원할 책임감 있는 정책"이라고 조언했다.

디비니는 이탈리아의 성장률 전망이 하향된 것은 공공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유럽 당국과의 새로운 긴장을 촉발할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CB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 종료로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는 가운데, 이탈리아 성장률이 계속 부진할 경우 작년 포퓰리즘 정부와 EU 간의 예산안 논쟁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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