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통화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호주중앙은행(RBA)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주와 같이 개방경제에 속하는 한국도 세계 경제 둔화를 고려해 금리 인상 기조를 철회할 수 있단 판단에서다.

1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RBA는 지난 8일 공개한 분기 통화정책 성명에서 "노동시장과 소비 성장률 둔화가 현재 예상보다 약화하면 다른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RBA는 "실업률이 꾸준히 오르고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로 돌아올 동력이 떨어진다면 기준금리 인하가 적합할 것"이라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간 다음 기준금리 방향이 인상이라고 시사했던 것과 정반대의 기조다.

RBA의 기조 변화를 채권시장 참가자들도 주시했다. 과거 한국과 호주의 기준금리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와 호주 기준금리를 살핀 결과 상관계수는 0.91을 나타냈다. 국내와 미국 기준금리의 상관계수(0.69), 국내와 영국 기준금리의 상관계수(0.89)보다 높은 수준이다.

다만 대부분 시장 참가자들은 한국은행이 단기 내 금리 인상 기조를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한은이 금리 인상 논거로 언급했던 금융 불균형 위험을 지속해서 염두에 둘 것이란 판단에서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RBA 기조 변화에는 대외적으로 중국 요인뿐만 아니라 주택가격이 상당 수준 떨어진 점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며 "하락 움직임이 아직 뚜렷하지 않고, 더 떨어져야 한다고 보는 한국 정부와 다른 점이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철회한다면 오는 4월 정도가 유력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추가로 낮추면서 금리 인하 분위기가 강해질 수 있어서다. 세계 경제의 하락이 본격화한다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전망치 조정도 4월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아직 세계 경제에 관한 판단이 크게 전환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 얘기를 꺼내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성장률을 한 번 더 내리면 금리 인상 깜빡이를 끄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가 성장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살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의 한 스와프 딜러는 "한은은 지표가 이미 나빠진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렸다"며 "추가로 수출 지표 등이 악화해야 금리 인하 얘기가 나올 텐데, 1년 정도는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남색)과 호주(주황색) 기준금리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8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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