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KB캐피탈이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부동의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 턱밑까지 추격하며 정상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캐피탈의 지난해 말 기준 중고차 금융 자산은 1조3천806억원으로 현대캐피탈(1조6천억원)과 격차를 2천억원가량으로 줄었다.

KB캐피탈은 2014년 KB금융에 편입될 당시만 해도 중고차 금융 자산이 8천억원에 불과했지만, 현대캐피탈과의 격차를 최근 2천억원씩 좁히며 1위 자리까지 위협하는 모습이다

현대캐피탈이 주요 고객인 현대·기아차 판매 부진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한 반면 KB캐피탈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꾸준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KB캐피탈의 지난해 중고차 신규취급액은 1조1천531억원으로 전년(9천389억원)보다 2천142억원(18.5%) 증가했다. 특히 지난 하반기 2개월 정도 월별 신규 영업실적이 현대캐피탈을 추월하며 내부적으로 상당히 고무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KB캐피탈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올해 안에 중고차 부문에서 현대캐피탈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캐피탈사 최고경영자(CEO)는 "현대기아차의 실적 부진이 현대캐피탈의 매출로 직결되는 만큼 올해도 하락세가 뚜렷할 것으로 보이지만, KB캐피탈은 그동안 다져놓은 기반에서 꾸준한 성장세가 예상된다"면서 "빠르면 올 하반기 중고차 금융 자산이 역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KB캐피탈이 중고차 금융시장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데는 모바일 중고차 온라인 거래 플랫폼 'KB차차차'의 공이 컸다.

KB차차차는 중고차 시세 및 거래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내부 기준에 따라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회원 딜러들이 매물정보를 입력하면 시스템을 통해 시세가 산정되는 구조다.

KB차차차는 2016년 6월 개시 당시 1만5천대의 중고차 매물로 시작했지만, 2년 반 만에 중고차 매물 대수가 10만대를 넘어서며 국내 최대 규모 사이트로 성장했다.

박지우 전 사장은 KB캐피탈을 출범 3년 만에 자산규모를 2배로 성장시키고 매년 역대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갱신하는 등 수익성을 개선해 놨다. KB캐피탈은 지난해 말 바통을 이어받은 황수남 사장이 자동차 금융 사업 부문에서 확실한 경쟁우위를 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첫 내부 출신으로 CEO에 오른 황 사장은 20년 이상 자동차 금융 기획, 영업, 마케팅을 두루 경험한 자타공인 자동차 금융 전문가다.

황 사장은 2008년 KB캐피탈의 전신인 우리파이낸셜에 합류한 이후 재규어 랜드로버 전속 금융사, GM 자동차 제휴 금융사 등을 잇달아 성사시키면서 중고차 영업 기반을 다졌다.

KB차차차 론칭 당시 자동차 금융본부장으로 개발 실무를 총괄하며 금융회사가 만드는 자동차 유통 플랫폼의 성공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았던 업계의 예상을 뒤엎기도 했다.

특히 황 사장은 현대캐피탈 출신으로 2001년부터 약 7년간 재직하면서 정태영 사장과 함께 지금의 현대캐피탈 기반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황 사장은 정 사장도 총애할 정도로 자동차 금융 부분에선 알아주는 전문가이며 이직할 당시에도 상당히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라며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어 업계 1위 자리를 두고 격돌하게 됐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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