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KB금융지주가 퇴직금과 성과급 등 5천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을 지난해 연간 실적에 반영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리딩금융 타이틀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오는 2020년 연임 여부를 결정하게 될 윤종규 회장이 올해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해 3조68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망치인 3조3천250억원과 2천500억원 넘게 차이 나는 결과였다.

특히 4분기 당기순이익은 2천1억원으로 시장 예상치(4천366억원)보다 2천365억원이나 적었다.

판매관리비에 포함된 국민은행의 인건비가 원인이 됐다.

KB금융은 1월에 지급한 600여명의 희망퇴직 비용 2천860억원과 특별 성과급 1천850억원을 지난해 회계연도로 인식했다.

1월에 발생한 비용을 작년 실적에 반영한 것을 두고 금융권에선 여러가지 해석들이 나온다.

발생주의에 기반을 둔 회계를 고려할 때 KB금융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비용처리를 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국민은행 노사는 올해 1월 11일 희망퇴직 조건을 합의했다. 성과급이 포함된 최종 합의는 보름 뒤인 25일에 타결됐다.

2017년의 경우 국민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합의를 12월 26일에 완료했다. 그간 다른 은행들도 비용 처리를 위해 12월 안에 관련 합의를 마무리해왔다.

19년만의 파업으로까지 이어진 국민은행 노사 간 합의는 결국 해를 넘겼다.

그때부터 금융권에선 국민은행이 퇴직비용 처리가 올해 은행권 실적의 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KB금융은 희망퇴직 대상자들에게 관련 내용을 지난해 연말에 통지한 만큼 퇴직비용을 작년 실적으로 처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400명 수준이던 희망퇴직자가 600여명으로 1.5배 늘어나면서 희망퇴직 비용은 지난해(1천550억원)보다 1천310억원이나 늘었지만, 이 역시 희망퇴직 대상자가 확대된 데 따른 결과일 뿐 과거의 패턴에 따라 예상한 수준이었다는 게 KB금융의 설명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희망퇴직 비용은 지난해 실적에 적용하는 게 맞는다는 확답을 받았다"며 "노사합의가 예년보다 지연됐지만, 회계처리가 달라질 만한 유의미한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회계기준에 따르면 퇴직급여의 비용 인식 시점은 종업원이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인 시점과 회사가 제안한 시점 중 빠른 시점으로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또 퇴직급여는 회사가 사전에 부채로 쌓아놓는 데다, 특별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해고급여는 인식 시점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또 다른 시각도 존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부채로 추정해 회계처리하는 데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자칫 비용의 인식 시점을 두고 잘못된 관행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된다"며 "금융권 노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치열해지는 점을 고려하면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귀띔했다.

4분기에 적립한 2천459억원의 대손충당금도 논란이 됐다. 이는 직전 분기보다 6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60%나 급증한 규모였다.

KB금융은 시장 상황이 악화할 최악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충당금 적립 기준을 더 보수적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분기마다 1천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쌓아온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충당금이 늘어났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특별한 여신 이슈가 없었음에도 선제 충당금을 많이 쌓아 의외였다"며 "대규모 일회성 비용이 지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된 만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올해 1분기부터 경상이익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KB금융과 신한금융지주 간 리딩뱅크 쟁탈전으로 확대 해석하는 분위기도 있다.

2020년 3월과 11월 각각 임기 만료를 앞둔 조용병 회장과 윤종규 회장이 올해 연간 실적을 두고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KB금융은 선제 비용 처리로 몸이 가벼워진 데다 추가 인수합병의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과 실적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신한금융이 한발 앞서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두 곳 모두 회장의 연임 이슈가 달려있어 결과를 쉽게 내다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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