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해마다 2월이면 '월급쟁이'는 속이 쓰리다. 정부가 월급쟁이의 유리알 지갑에서 너무 많은 세금을 가져가는 것 같아서다. 정부가 올해도 세수 추계에 실패하면서 너무 많은 돈이 민간 사이드에서 정부 사이들로 흡수됐다. 결국은 가계의 지갑도 더 얇아진 셈이다.지금의 세제는 긴축 재정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 세제가 서둘러 개편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초과세수는 25조5천억원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소득세만 11조6천억원이 더 걷혔다. 초과세수의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규모다. 가계가 초과세수에 기여한 몫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가계의 납세 부담은 박근혜 정부시절부터 가중됐다. 연말 정산 시스템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 형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중산층에 대한 사실상 증세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2018년도까지 4개 회계연도 연속 초과세수가 나타나면서 사실상 증세 효과 분석에 대한 논쟁이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중산층인 4천600만~8천800만원대의 봉급생활자들이 증세의 집중 타깃이 됐다. 해당 봉급생활자들이 1천만원의 교육비를 지출했을 경우 소득공제를 받으면 240만원의 경감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세액공제를 받으면 150만원만 경감되는 등 실제 느끼는 증세효과는 커졌다. 미혼 직장인이 느끼는 증세 효과는 너무 우악스럽다. 특별공제에 해당하는 의료비·보험료·교육비·기부금 등에서 해당사항이 없는 근로자에 주는 표준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돼 미혼 근로소득자의 세부담 증가가 커졌기 때문이다.

월급쟁이들의 연말 정산 방식이 바뀌면서 소득세는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3년 21조원 수준이던 근로소득세가 2014년에 25조원으로 늘었다. 이후 2015년 27조원 수준으로 늘어난 근로소득세는 2016년 기준으로 32조원 수준까지 늘어났다.

담배세를 통해서도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대거 세수로 빠져나갔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에 국민건강 증진 등을 이유로 담배 가격을 한 갑당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두배 가까이 올렸고 세금도 1천550원에서 3천318원으로 올려 받았다. 2014년 7조원 수준이던 담배세는 2016년 13조원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늘었다. 그만큼 가계의 소득이 세수로 빨려 들어갔다는 의미다.

이제 초과세수로 유입된 재원을 가계로 직접 돌려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때가 됐다. 건전 재정을 이유로 국채 바이백 재원 등을 활용해서는 확대재정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홍콩 정부가 초과세수가 발생하면 가계에 재원을 돌려주는 방안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홍콩정부는 지난해 4천 홍콩달러(55만원 상당)에 이르는 돈을 홍콩시민에게 무차별적으로 돌려줬다. 2017∼2018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에 1천380억 홍콩달러(약 19조원)에 달하는 재정 흑자를 기록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홍콩정부는 초과세수를 가계에 직접 바이백 하거나 전기료 등을 면제하는 방법으로 내수 진작 효과를 거두는 독특한 재정 운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治大國若烹小鮮(치대국약팽소선).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生鮮)을 삶는(烹) 것과 같이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뜻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경구다. 살이 허물어지기 쉬운 작은 생선을 삶듯이 백성을 아껴야(嗇)하며 법률이나 규정 등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 관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재부는 '약팽소선'이라는 줄임말로도 통용되는 경구를 '13월의 보너스'라는 연말정산 시즌을 맞아 새삼 되새길 필요가 있다.(취재부본부장)

neo@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