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성민 변호사, 지용천 중국ㆍ호주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왼쪽부터 조성민 변호사, 지용천 중국ㆍ호주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제공)>


(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기자 = 지난해 국내 자본시장의 최고 관심사는 금호타이어 매각이 성사될지 여부였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한 금호타이어 인수ㆍ합병(M&A)은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옛 사주의 강력한 인수 의지, 해외자본을 반대하는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해 금호타이어 M&A는 불투명해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4월, 유동성 위기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향하던 금호타이어는 극적으로 '빛'을 봤다. 매각의 '벽'으로 여겨지던 금호타이어 노조가 결국 해외 매각에 찬성하는 쪽으로 선회한 영향이다.

이 거래의 중심에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있었다. 태평양은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중국의 더블스타의 법률 자문사였다. 2년 동안 더블스타를 자문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는 태평양의 두 변호사를 만나봤다. 주인공은 지용천 중국 변호사와 조성민 변호사다.

◇ 중국기업이 신뢰한 태평양

금호타이어 매각이 공개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 2016년 9월이었다. 이보다 3개월 전, 지용천 중국 변호사는 더블스타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같이 해보자." 더블스타는 좌고우면할 것도 없이 바로 태평양을 찾았다.

태평양은 2004년 국내 법무법인 가운데 최초로 중국에 사무소를 열었고, 그만큼 현지 네트워크가 좋았다.

지 변호사는 관련 내용을 국내에 보고했고, 태평양은 삼성-한화 빅딜을 주도했던 이준기 변호사를 중심으로 약 20명의 자문단을 꾸렸다. 국내 M&A 법률자문 시장에서 떠오르는 '별'인 조성민 변호사도 합류했다. 태평양이 이 거래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 변호사는 11일 연합인포맥스와 인터뷰에서 "태평양은 1997년 중국팀을 만들었고 국내외 여러 기업의 법률자문을 도맡았다"며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참가 요청서(RFP)도 없이 더블스타가 바로 태평양을 선택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뢰감이 있었다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조 변호사도 "더블스타가 일찍부터 우리 로펌을 자문사로 선정했고, 오히려 우리는 준비가 잘 돼 있어 금호타이어 매각 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길 바랄 정도였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지 변호사는 "조 변호사가 집안에 상(喪)까지 당했지만, 오히려 중국 현지에서 협상을 이어갔다"면서 "이것을 고객을 향한 '헌신'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두 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중국투자든, 중국기업의 국내 투자든 우리 태평양이 최고라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 중국기업, 신속한 대응이 '생명'

지 변호사와 조 변호사는 중국 고객들은 특히 '신속함을 요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고객과 달리 중국 고객은 어느 시점까지 대답해주기를 희망하는 메일을 보낸다. 시간이 제한적인 만큼 수신자는 바로 여러 변호사에게 메일을 공유하고, 관련 대응을 모색해야 한다. 문제는 중국 고객이 바라는 답변의 시한이 짧다는 것이다.

이번 금호타이어 인수전에서도 문의가 오면 즉각 보고 후 이른 시일에 답장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지 변호사는 "태평양 중국팀은 중국 메신저인 위챗 또는 메일로 문의가 오면 이를 한국어와 영어로 변환해 변호사와 공유해야 하고, 한국 변호사는 이에 대한 실무적인 계약서 해석, 관련법 자문을 피드백하게 된다"면서 "다시 우리가 답변을 줘야 하는 만큼 사실상 24시간 고객에 대응해야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더블스타는 중국기업으로서 국내에 모르는 게 많은 만큼 많은 질문이 있었고, 이것에 대해 대응해야 하는 것도 우리의 업무였다"고 강조했다.

◇ 금호타이어 M&A로 양국 투자교류 활발해질 것

최근 중국기업의 M&A를 바라보는 글로벌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중국 사모펀드가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인 엑세라 인수를 불허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더욱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두고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도입 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도 마찬가지다. 과거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한 아픔에 금호타이어 노조는 더블스타가 대주주로 온다는 데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금호타이어 M&A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된 주된 이유였다.

지 변호사는 국내에 한정한다는 전제하에 이번 금호타이어 거래는 오히려 한국과 중국의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금호타이어와 같은 민간 교류로 양국 간에 오해를 푸는 게 우리의 사명감"이라며 "오해가 있을수록 교류가 부족하다는 것이고, 양국의 교류가 많아진다면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산둥성에는 하이얼과 하이센스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있는데, 이번 금호타이어 거래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현지에서 거의 매일 관련 정보가 업데이트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그는 한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중국기업이 상당하다면서 앞으로도 금호타이어 거래를 계기로 이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지 변호사는 "중국 정부는 해외 M&A를 통해 선진기술을 흡수하고 도입하는 것에 대해 예전부터 한결같이 권장했다"면서 "엔터테인먼트, 부동산 등 몇 가지 영역을 제외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지속해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wchoi@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