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문정현 기자 = 일본 금융시장에서 일본은행(BOJ) 추가 금융완화 기대감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실제 추가 완화가 단행될 경우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가 관심이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폭을 확대할 경우 금융기관 수익성 악화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예상돼 단순한 금리 인하만 단행되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현재 일본은행이 추가 완화에 나설 여지는 작지만, 달러당 엔화 가치가 100엔을 돌파할 정도로 급등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11일 분석했다.

엔화 가치가 100엔이라는 저항선을 넘을 경우 엔화 매수세가 더욱 확산해 일본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으리라는 추측이다.

올해 엔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여파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문은 일본은행이 금리를 낮춘다면 현재 -0.1% 수준인 단기 금리를 더 낮출 것으로 보이며 '0% 정도'로 설정된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치는 그대로 둘 것으로 예상했다.

10년물 금리는 이미 -0.2%까지 움직이는 것이 용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더 낮추면 은행 수익성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신문은 '이를(완화 부작용을) 방지하는 연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일본은행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엔고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16년 1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을 결정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과 보험업종 주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시장이 혼란을 보였다.

신문은 당시 리스크 회피 심리 강화로 안전통화로 인식되는 엔화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장기금리 하락과 엔화 강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기묘한 현상까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결국 일본은행은 2016년 9월 장기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정책을 도입해야 했고 시장 혼란은 가까스로 수습됐다.

니혼게이자이는 만약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폭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이 같은 혼란을 피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금융기관이 돈을 맡기는 일본은행 당좌예금 가운데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부분을 축소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 일본은행 간부는 "(해당 부분의) 축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부분이 작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이 금리폭을 낮추는 동시에 마이너스 금리로 은행권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으나 사실상 보조금이라는 비판이 나올 우려가 있다.

신문은 최근 미국 헤지펀드 관계자들 사이에서 마이너스 금리폭 확대와 은행주 연동 상장지수펀드(ETF) 매입을 결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주 주가 하락이라는 부작용을 직접 대응하는 게 목적이다.

현행 ETF 매입 규모를 단순히 확대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미 연간 규모가 6조 엔에 달해 주가를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ETF 매입을 은행주 ETF에 한정하면 매입액이 작아 이런 비판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니혼게이자이는 특정 업종에 국한된 주가 지지는 다른 비판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며, 일본은행이 부작용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j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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