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윤교 기자 =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건전화와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카드사들의 입장이 통일되지 않아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에 카드사별로 제각각 불만을 토로하지 말고 이견 조율부터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이슈를 두고 카드업계 내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입장차가 첨예해서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요구사항이 천차만별"이라며 "성장이 절실한 중소형사는 마케팅 비용 축소에 반대하는 반면 이미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대형사는 이에 찬성하는 것이 한 예"라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 축소는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입장이 충돌되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대형사는 기존에 보유하는 고객이 많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 축소에 동참할 의지가 있지만, 추가적인 회원 확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 중소형사는 마케팅 비용 축소에 난색을 보인다.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7%로 제한한 가계대출 총량 규제도 이견이 심하다.

대형 카드사는 가계부채뿐만 아니라 신용판매 부분도 최대 7% 증가율을 적용해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중소형 카드사는 최근 카드 업황이 어려운 만큼 7%로 제한된 가계부채 증가율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금융지주 내에서 비중을 확대하려는 은행계 카드사들 사이에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6배인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카드사 간 의견이 엇갈린다.

레버리지 비율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 총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은 카드사의 외형확대 위주 경영을 막기 위해 신용카드사 총자산을 자기자본의 6배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몸집을 더 키워야 하는 중소형사들은 레버리지 규제를 캐피털사와 마찬가지로 10배로 완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사업에 도전하고 싶어도 레버리지 배율로 인해 제약을 받는다는 주장이다.

특히 롯데카드의 레버리지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96배로 규제 비율에 근접한 상태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 KB국민카드 등의 레버리지 비율도 각각 5배를 넘어서면서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대형사들은 레버리지 규제 완화 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가 대폭 늘어나 카드사 간 출혈경쟁이 심화할 것이라 보고 있다.

건전화 방안이 선행되지 않은 채 무작정 레버리지 비율만 완화해주면 카드사 간 무수익 자산 늘리기 경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업계 의견이 제각각으로 통일되지 않으면서 TF 논의 속도는 지지부진해졌다.

애초 TF는 지난달 31일 연 매출 30억 원 이하 가맹점도 카드수수료가 낮아지는 시점에 맞춰 카드사에 부담이 되는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익 보전 방안을 마련해주려고 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업계 이견을 조율해야 할 금융당국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카드사 관계자는 "업계 의견이 분열된 상태에서 금융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yg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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