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3대 공적 연기금 중 국민연금이 최근 해외채권운용에서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국민연금이 100% 환헤지 정책을 취하는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과 달리 환오픈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해외채권운용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이유로 꼽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자산군별 포트폴리오 운용 현황 및 수익률'을 공시하면서 작년 11월(누적) 해외채권 수익률이 3.2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인 2017년의 수익률 0.14%는 물론,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의 수익률 1.87%를 큰 폭으로 웃도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해외채권 운용 성과는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등 다른 주요 연기금과 비교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사학연금의 지난해 11월 해외채권 직접운용 수익률은 1.19%, 해외채권 간접운용 수익률은 마이너스(-)1.58%로, 전년의 8.84%와 3.10%를 큰 폭으로 밑돌았다.

같은 기간 공무원연금의 해외채권 운용 수익률은 전년의 4.4%에 비해 5.5%포인트 낮은 -2.1%를 나타냈다.

주요 연기금의 해외채권 수익률이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진 이유는 시중금리 상승으로 국공채는 물론 회사채와 유동화사채 등 보유 중인 채권에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2017년 말 2.4101%에서 작년 11월 말 2.9933%로 상승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의 경우 해외채권 투자 시 100% 환 헤지를 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구조를 가진 점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은 그러나 해외 시중금리 상승의 부정적 효과를 달러-원 환율 상승에 따른 원화 환산 수익 증가 효과로 상쇄해 오히려 해외채권 운용실적이 개선됐다.

국민연금은 작년 7월 말 기준으로 해외채권 헤지 대상 금액 221억4천만 달러 중 20.9%에 해당하는 46억3천만 달러만 환헤지했고, 작년 말에는 환헤지 비율을 0%로 조정했다.

연기금 운용역은 "국민연금이 최근 해외채권 운용에서 환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며 "미국 국채 10년물이 연초 대비 58.3bp 상승한 효과보다 달러-원 환율이 4.70% 오른 효과가 더 컸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선 그러나 향후 달러-원 환율이 아래쪽으로 방향을 바꿀 경우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면서 국민연금이 해외채권 수익률 하락에 따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증권사 채권 딜러는 "국민연금이 전략적 환헤지 비중을 0%로 조정한 만큼 단기 환율 변동에 따른 환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며 "달러-원 환율이 하락하면 해외채권 부문에서 원화 환산 손실이 발생하고, 이에 대해 비판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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